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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랑하면 살인까지 하는...인간 같은 로봇, 인류와 공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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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한다. 희로애락의 감정까지 갖추고 있다. 인간 옆에서 여러 가지를 돕고 외로움까지 덜어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존재일까.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면 거짓말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드라마 ‘써니’는 누구나 쉽게 답변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일본에 사는 미국 여성 수지(라시다 존스)는 큰 슬픔을 맞는다. 일본인 남편 마사(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어린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다. 수지는 사고 대책반 조사에 응하며 이상한 일들을 알게 된다. 마사가 유명 전자회사 이마텍에서 냉장고 부문에서 일한 줄 알았는데 회사는 냉장고를 안 만든 지 오래됐다. 수지는 마사의 업무가 로봇 만들기라는 걸 새로 알게 된다.
시대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홈봇’이라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돼 있다. 홈봇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집 안 잡일을 도와주고 주인에게 말 상대가 돼 주기도 한다. “자라"는 한마디면 바로 정지 상태가 된다. 홈봇은 유순하고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해킹당한 홈봇이 인간을 살해하기도 한다는 말이 도시 전설처럼 떠돌기도 한다.
나이 든 남자 유키(구니무라 준)가 이마텍 동료라며 수지를 찾아온다. 마사가 수지에게 남긴 거라며 홈봇 한 대를 전한다. 수지는 로봇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다. 어머니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탔다가 사고로 숨져서다. 홈봇은 스스로를 써니라고 소개한다. 어디인지 남편을 닮은 구석이 있다. 왜 남편은 써니를 수지에게 남겼을까. 마사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던 걸까.
기이한 일은 더 있다. 누군가 수지를 감시한다. 마사 장례식에는 야쿠자 두목의 딸 히메(에하라 유키코)가 문상을 온다. 남편은 야쿠자와 무슨 관계가 있었던 걸까. 마사의 사망보험금 수령인은 수지가 아닌 다른 남성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수지는 10년 동안 산 남편을 제대로 알기는 했을까. 알쏭달쏭한 써니의 행보가 더해지며 의문부호는 커져만 간다.
마사는 사람의 외로움까지 덜어줄 홈봇을 만들고 있었다. 써니는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이유로 실험은 중단되고, 마사는 의문의 사고로 사라졌다. 써니는 사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감정이다. 누군가를 위한 감정은 과연 좋은 일로만 이어질까. 예를 들어 누군가를 지나치게 사랑하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마사는 써니의 ‘마음’이 수지를 향하게끔 프로그래밍했다. 써니는 수지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써니는 좋은 로봇인가, 나쁜 로봇인가.
첨단과학기술이 불러올 여파를 다루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린 드라마는 아니다. 수지가 술집에서 알게 된 믹시(애니 더 클럼시)와 겪는 모험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된다. 수지는 예상치 못하게 써니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수지는 써니에게 의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표변할지 불안하다. 아일랜드 작가 콜린 오설리번의 소설 ‘어둠의 안내서’(2018)를 바탕으로 했다. 전통과 첨단이 교차하는 기묘한 일본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유하게 한다. 최근 영화 애호가 사이에서 품질보증마크로 받아들여지는 미국 제작사 A24가 만들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시청자 6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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