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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 휘문고, '자사고 취소→유지'로 판결 뒤집혔다

입력
2024.09.25 16:20
수정
2024.09.25 16:5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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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시행령 근거로 취소 처분
법원 "위임입법 한계 이탈... 법률로 해야"

서울 휘문고등학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휘문고등학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속 재단의 회계 부정 사고가 터진 서울 휘문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교육청의 조치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자사고 지정 취소가 적법했다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결론이다.

서울고법 행정11-1부(부장 최수환 윤종구 김우수)는 2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7월 교육부에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했다. 김옥배 전 휘문의숙 명예이사장과 자녀인 민인기 전 휘문의숙 이사장, 법인 사무국장 박모씨 등이 교비 50여억 원을 횡령하고 회계 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들은 학교발전기탁금 38억 원을 횡령하고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억여 원을 임의 사용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 3을 근거로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하면,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이 시행령에 대해 "개인의 권리 의무, 즉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학교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새로운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이는 자사고 지정 취소에 관한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났다"고 봤다. 이런 자사고 취소 사유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당 시행령의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61조 1항은 자사고 지정 취소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22년 9월 "장기간 횡령·배임이 이뤄졌고 휘문고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선고 후 서울시교육청은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 반발하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을 밝혔다. 시교육청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학교법인과 휘문고 관계자들의 회계 부정이 명백한 자사고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함에도 개인적 회계 부정으로 간주해 교육청 감독권을 무력화시켰다"고 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이 판결이 확정되면) 향후 사학의 부패행위 사전 차단과 사립학교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육청의 관리·감독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밝혔다.

이근아 기자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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