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공지능(AI) 개발 능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됐으나, 규제와 여론 등 ‘운영환경’ 경쟁력은 지난해 11위에서 35위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톱3(G3)’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발전의 토대가 될 여건이 미비해 AI 경쟁력 전반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 각국 AI 경쟁력을 7개 항목으로 나눠 집계한 영국 데이터 분석 매체 토터스미디어의 평가 결과다. 국회의 ‘AI 기본법’ 입법 무산이 해당 경쟁력 약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토터스미디어의 ‘글로벌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반적 AI 경쟁력은 지난해와 같은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위를 수성한 개발 경쟁력은 물론, 인프라(7→6위) 정부전략(9→4위) 상용 생태계 경쟁력(18→12위)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운영환경은 지난해만 해도 미국보다 좋았으나 올해는 필리핀(79점)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케냐(68점) 같은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나쁜 것으로 평가됐다. 인재와 연구 경쟁력 순위도 12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AI 기본법 입법 무산이 경쟁력 추락의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AI 기본법은 AI 산업 육성과 지원, 연구개발, 사회적 수용과 격차 해소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지원에 필요한 정부 제정 투입은 물론, 빅데이터 구축에 필수적인 데이터 수집 및 분류의 근거법이기도 하다. AI 위험 대응은 물론, 정보·지식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 성격도 갖는다. 이게 없으니 경쟁력의 핵심축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는 어제 22대 국회 첫 AI 기본법 공청회를 열었다. 국회에 제출된 AI 법안 9개, 디지털 포용법안 2개 등에 대해 6명의 전문가가 주요 논점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AI 기술에 대해선 가치 중립적인 지원과 육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AI 위험에 대해서는 막연한 우려보다 실질적 위험을 추출하고 규율하는 게 좋다는 논지가 주류였다. 하지만 첨예한 여야 정쟁 상황으로 연내 AI 기본법 처리가 여전히 어렵다는 게 문제다. 정치권의 각성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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