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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상 성범죄 '위장수사' 시행 3년… 1400명 넘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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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A씨는 올해 2월 엑스(X·구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정상 대출이 쉽지 않은 10대들이 미끼를 물었다. A씨는 '돈을 빌려달라'는 B(14)양과 C(17)양에게 담보로 나체 사진을 요구했고 두 청소년은 어쩔 수 없이 사진 11장을 보냈다. A씨는 이를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이자를 주지 않는다며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10대로 위장해 A씨에게 접근했고,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7월 A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이 위장수사를 통해 지난 3년간 1,400명 넘는 범인을 잡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가 입증된 만큼 아동·청소년 성범죄 수사만 가능한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범죄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위장수사가 도입된 2021년 9월 24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총 515건의 위장수사를 실시해 1,41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피의자도 94명에 이른다.
범죄 유형별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배포' 검거 인원이 1,030명으로 72.8%를 차지했다. '소지·시청'이 169명(11.9%)으로 뒤를 이었고, '제작·알선' 149명(10.5%), '불법촬영물 반포' 36명(2.5%), '온라인 그루밍(성착취 목적 대화)' 31명(2.1%)이었다. 최근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착취물을 사고판 27명이 위장수사로 무더기 검거됐다. 성착취물을 판매한 피의자 3명은 모두 10대였고, 구매자 24명은 전원 20대 이하였다.
위장수사는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를 계기로 2021년 9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단순히 경찰임을 밝히지 않고 관련 증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신분 비공개' 수사와 아예 다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 위장' 수사로 나뉜다.
절차는 까다롭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을 얻어야 하고, 신분 위장 수사는 검찰을 거쳐 법원 허가까지 받아야 수사 착수가 가능하다. 별도 선발과 교육도 거쳐야 한다. 현재 전국 18개 시·도청에만 위장수사관이 1명 이상 배치됐을 뿐, 일선 경찰서에선 시행조차 쉽지 않다.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위장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2022년(61.9%)과 지난해(57%)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5명 중 3명은 성인이었다. 정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 대부분이 성인 대상 불법촬영물 등을 함께 취급한다"며 "위장수사를 성인 대상 허위영상물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확대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법무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협조와 위장수사관 선발 및 교육 활성화 등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위장수사 기법 도입 때부터 지적된 기본권 침해 등 비판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위장수사는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동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예방적 효과가 있지만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인권침해 우려 등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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