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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김 여사 특검' 野 강행 처리… 다시 시작된 '거부권' 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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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별검사법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19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민생' 법안으로 내세운 지역화폐법도 처리됐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이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택하는 대신 본회의장 보이콧으로 맞섰다. 법안 처리 직후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재의결→법안 폐기'의 소모전이 다시 시작됐다.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7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의원만 유일하게 출석해 찬성표를 눌렀다. 채 상병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은 21대 국회 때부터 세 번째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취임 전부터 언급한 '제3자 추천' 방식을 법안에 담았다. 그간 민주당은 야권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했다. 다만 야당이 특검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새로 넣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에 앞서 "민주당이 무제한 비토권이 있다. 결국 고발한 민주당이 사실상 직접 검사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 특검법도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석해 재석의원 167명 전원 찬성으로 처리됐다. 법안에는 기존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 협찬 의혹에 더해 △명품백 수수 의혹 △채 상병 사망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의혹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망라됐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발행 때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의무화 근거를 담은 지역화폐법도 처리했다. 다만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개혁신당 의원 3명은 지역화폐법에는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들어 야당이 주도한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 노랑봉투법 등 7건의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이콧으로 표결에 불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가장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보이콧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필리버스터에 대한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은 비슷한 주제로 이미 한 차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총선 개입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재탕'인 법안들인데다가 특히 김 여사 특검은 얘기를 꺼내는 순간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 직후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로 통과된 법안들이기 때문에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거부권 횟수는 24회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법안들이 국회로 돌아오면 내달 7일 국정감사 시작 전 재의결에 나설 방침이다. 야당 의원들만으로 재의결 통과 기준인 200석 확보가 불가능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여당 내부의 불편한 기류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의혹을 풀어달라는 국민의 경고를 정권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을 추석 민심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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