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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MBC, 105억 투자 전액 손실...방문진은 알고도 방치"

입력
2024.09.11 16:16
수정
2024.09.11 16: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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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승인 없이 1900억 부동산 대체 펀드 투자
자회사는 스포츠테마사업 투자로 100억 손실
"MBC 경영 관리·감독 철저히" 주의 조치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MBC가 이사회 의결도 없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사업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본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뒤늦게 이를 보고 받았지만, 제도 개선이나 책임자 문책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이 MBC의 방만한 경영을 방관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11일 ‘방문진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행태 관련 국민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 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대금 4,849억 원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하고, 총 1,905억 원을 초고위험 금융 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신종 금융 상품에 대한 위험 관리 규정 없이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본부장 전결로 105억 원을 투자한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 투자의 경우 전액 손실이 발생했고, 그 외 부동산 투자들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추진 중 무산된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엔 방송권 확보를 위해 33억 원을 투자했으나 무산 후 절반도 안 되는 14억7,000만 원만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인 MBC플러스도 2018년 여수 및 인천 실내스포츠 테마파크 등에 투자해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감사원은 이런 사례를 포함한 총 6개 항목의 방만 경영을 방관했다며 방문진에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리조트 사업 투자의 경우 전액 손실이 결정된 2021년 3월, 뒤늦게 파악했지만 내부 투자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책임자 문책 여부 등을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방문진이 감사원 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 자료를 MBC가 회수해 가게 하거나 폐기하는 등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했다며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를 함께 내렸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들에 대해선 감사방해혐의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했다. 방문진 측은 감사원에 "방문진의 존재 이유는 MBC의 구체적 경영활동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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