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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좋은 기후 찾아 떠돌고 ②실내서 키운 곤충 먹고...리프킨이 예견한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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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기후를 찾아 이동하는 인류와 이 경로를 따라 '팝업 도시'가 생성되는 세상.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 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79)이 새 책 '플래닛 아쿠아'에서 그린 인류의 미래다. 그는 더 빈번해질 기후 재난 때문에 "짧은 정주 생활과 긴 이동 생활"로 요약되는 "신유목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9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위도, 아열대 지역 거주자들이 북극, 캐나다, 러시아 같은 북쪽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주권 국가의 개념이 쇠퇴하면서 기후 여권을 발급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국경은 견고하고 대도시의 위상은 공고해 보인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게 리프킨의 진단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14년 동안 기후 위기로 연평균 2,100만 명이 강제 이주했고 2050년이면 기후 난민이 12억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2021년엔 독일에서 기후 난민을 위한 글로벌 기후 여권을 발급하자는 논의가 촉발됐다.
'육식의 종말'(1993년), '노동의 종말'(1995년), '소유의 종말'(2000년) 등의 책을 통해 리프킨은 미래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리하게 포착해왔다. 탄소 배출 집약 산업인 축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전통적 개념의 노동이 사라지고 공유 경제가 번성할 것이라는 혜안은 20~30년의 시차를 두고 입증됐다. 기후변화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길잡이를 자처한 그의 책을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인류는 저수지, 댐을 건설해 물을 가두고 활용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물은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북극과 남극의 해빙, 잦아지는 대홍수, 가뭄과 폭염의 장기화, 산불의 확산, 강력한 허리케인과 태풍으로 물이 야생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물을 우리 종에 맞추는 행태에서 벗어나 우리 종이 물에 적응하는 식으로 물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리프킨은 강조한다.
지구를 '땅의 행성'이 아닌 '물의 행성', 즉 '플래닛 아쿠아'라고 명명하는 게 시작이다. 물의 행성이란 관점의 전환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의 핵심에 물의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물 발자국'이 많이 발생하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고 담수의 59%를 소비하는 쌀, 밀, 옥수수, 대두 등을 대체할 식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리프킨은 나아가 "물의 법적 지위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인처럼 물에도 인격체와 같은 법적 지위를 주고 여러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뉴질랜드가 2017년 왕거누이강(江)에 독립된 개체의 권리를 부여해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분리될 수 없는 전체'로서 존재할 권리를 보장한 게 그 예다. 뉴질랜드는 이 권리를 법원에서 행사할 수 있는 강의 대리인도 임명했다.
신유목 시대는 사회생활상, 특히 식생활을 변화시킨다. 리프킨은 이로 인해 "실내 수직 농업과 곤충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혹독한 기후의 야외를 피해 실내에서 작물을 기르는 것은 인류의 이동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가축 산업은 저물고, 새로운 단백질 섭취원으로 곤충을 먹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곤충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서나 발견되므로 이 식량 공급원을 '팝업 수직 실내 실험실'에서 사육하는 것이야말로 이동하는 인류에게 적절한 선택지"라며 "이 극적인 식단 변화가 다소 비위 상하게 느껴진다면, 스시가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시바를 통해 미국에 처음 소개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프킨은 원자력발전에 집중하느라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한국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전기 생산의 68%가 원자력발전인 프랑스에선 냉각수가 없어서 발전소를 폐쇄하고 에어컨을 돌리지 못해 노인들이 죽는다"며 "가뭄, 홍수 등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국이 이런 오래된 기술에 의존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인류의 미래를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는다는 리프킨은 가만히 앉아 미래를 기다리기보다 생존을 위해 인류가 서둘러 변화에 적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나는 희망적이긴 하지만 순진하지 않다"며 "우리는 회복력 강한 포유류로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화는 당장 20년 뒤에 일어날 일들"이라며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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