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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한가위?"...尹 정부 향한 추석 민심, 먹구름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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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습니다.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이 있던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집무실 책상에 앉은 윤석열 대통령은 사뭇 결연한 표정으로 임기 내 '4대 개혁'(연금 의료 교육 노동) 완수 의지를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면 개혁을 하지 않는 게 훨씬 편한 길"이라며 비장한 각오도 다졌다. 이어 저출생부터 고갈 위기의 국민연금, 취약한 지역·필수의료,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등 산적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갈 방안들을 쏟아냈다. 어느덧 집권 3년차로 임기 반환점 앞까지 도착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 상황은 녹록잖다. 당장 자신이 내세운 국정 운영 방향으로 국민들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데, 불화 정도는 꽤 심각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0%로 조사됐다.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직전 2주간 연속으로 취임 후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23%)를 기록하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3%포인트 더 급락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초기부터 '지지율이 떨어져도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신념을 강조해왔다. 그런 이유로 최근 20~30%대 초반 박스권을 횡보하는 국정 지지율 역시 '관성적 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여권 관계자도 "이미 윤 대통령은 지지율보다는 '업적을 남긴 대통령'의 노선을 가기로 결정한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시선은 다르다. 전통적으로 '임기 3년차 추석 명절 민심'은 그 자체로 하반기 국정 운영 동력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중요 지표로, 벌써부터 너무 크게 돌아선 지지세는 남은 임기 내내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설과 추석은 둘 다 공통적으로 '민족 대명절'이지만, 밥상에 오르는 얘깃거리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연초마다 돌아오는 설엔 다가올 1년에 대한 '기대'가 주를 이룬다. 반면, 한 해의 중턱을 넘은 시점에 맞게 되는 추석 밥상 위에선 그간의 '평가'가 더 구미가 당기게 하는 반찬이다. 지역, 세대, 성별을 넘어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상대적으로 타당하고 다수의 지지를 받는 주장 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일종의 '장터 효과'도 발생한다. 즐거워야할 한가위가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지는 대통령에게는 '엄숙한 시험대'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임기 3년차 추석은 특별하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지나는 시점과 근접해서다. 역대 정권도 3년차 추석 민심이 하반기 국정 운영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하곤 했다. 단적 예시가 참여정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임기 3년차를 맞아 1월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숱한 논란 끝에 임명 사흘 만에 사퇴했고, 주요 인사들이 비위에 휘말려 낙마하면서 정권의 도덕성이 흔들렸다. 정책 혼선이 계속됐고, 야심차게 내놓은 '대연정' 카드도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3년차 2분기 34%였던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추석 시기(3분기)를 거치며 20%대로 하락해 본격 내리막을 탔고, 부정적 흐름은 임기말까지 이어졌다.
이번 추석 연휴 역시 윤 대통령에게는 지난 3년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번 추석은 특히 '임박한 선거가 없는 명절'인데, 이 때문에 국민들이 진영 논리나 쟁투 심리에서 한발짝 떨어져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담담하게 관조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평가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현재로서는 빡빡한 경제 상황을 비롯해, 한가위 식탁에 오를 얘깃거리 중 정부 여당에 좋을 만한 내용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잊을 만하면 다시 불붙는 '친일 역사관 논쟁' 등 다양한 사안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주제로 '의료개혁'을 콕 집어 언급했다.
이 정치평론가는 "초장에는 찬성 여론이 70%를 넘었던 정책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며 응급실 문제가 생기는 등 꼬였다"며 "국민은 모두 자신이 잠재적 응급·중환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늘 갖고 있는데, 체계가 잘 안 돌아가는 듯하니 '최소한 병원 걱정은 안 하게 하면서 개혁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에 임할 때 "되도록 추석 전에는 첫 회의를 갖자"며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보인 이유도 최소한 명절 전 '악수하며 웃는 사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분석도 제기했다.
결국 심상찮은 추석 민심의 흐름이 결국 하반기 국정 운영 동력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단임제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중임되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긴 하지만, 최소한 '밀고 갈 수 있는 추진력'은 확보하고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해야 한다"며 "주요 정책들에 대한 지지율이 35% 미만이라는 얘기는 '독불장군' 소리 듣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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