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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평화협정' 무색... 이스라엘 겨눈 요르단 총격범에 중동 정세도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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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서안지구(웨스트뱅크)와 요르단 사이 국경에서 요르단인이 쏜 총에 이스라엘인 3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지자 중동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30년 전 맺은 이스라엘·요르단 평화조약이 무색해지던 기류가 최근 들어 더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총격 사건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서안지구와 요르단 사이 국경 검문소가 있는 알렌비 다리(킹후세인 다리)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총격범은 요르단 국적의 남성 마헤르 디아브 후세인 알자지(39). 현장에서 이스라엘 보안군에 의해 사살됐다. 그는 당시 화물차를 몰고 와 검문소 보안군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서안 정착촌에 거주하는 61∼65세 남성으로, 화물터미널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요르단 국경에서 총격 사태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알렌비 다리는 물론 자국 영토와 요르단을 연결하는 검문소 2곳도 즉각 폐쇄했다. 요르단 외무부는 이번 일이 "총격범의 단독 행위"라고 선을 긋고 "어떤 이유든 민간인을 표적 삼은 폭력을 거부하고 비난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동 내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기도 한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이래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파는 작지 않다.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습 때도 요르단은 이란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며 이스라엘에 힘을 보탰던 나라여서다.
하지만 요르단 국민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 정착민 출신인 터라 이들이 이스라엘에 느끼는 감정은 적대적이다. 지난해 10월 전쟁 이후 적대심은 극대화했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면서 요르단 국민들의 반(反)이스라엘 구호도 커졌다.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 파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도 빗발쳤다.
이번 총격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격범 동생 샤디 알자지는 요르단 현지 매체 암몬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그에게 (범행) 동기를 부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요르단 내 소셜미디어에는 총격범 알자지를 지지하는 게시물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위태로웠던 중동 정세 살얼음판이 깨질 조짐도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총격 사태 이후 "비열한 테러리스트가 우리 시민 3명을 무참히 살해했다"고 규탄하며 "우리는 이란 '악의 축(이란과 대리 세력)'이 주도하는 살인적 이데올로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등 친이란 세력이 요르단을 통해 서안에 무기를 제공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인의 거부를 확인한 사건"이라고 맞받아 쳤다.
영국 가디언은 "비교적 평온했던 요르단 국경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가자 전쟁이 중동 전역에 폭력을 퍼뜨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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