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행동하는 소설가' 아르헨티나 피녜이로 "문학의 힘은 혁명 아닌 점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종교·여성 차별, 임신중지(낙태) 금지 등 전 세계에서 뜨거운 갈등이 벌어지는 주제로 이야기를 짓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64). 그의 문학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보수적인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초기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끈 것을 비롯해 여성의 권리를 진전시키는 힘이 됐다.
6일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한국을 찾은 피녜이로는 서울 종로구 서울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강연에서 “한 권의 책이 모든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는 건 어렵다”면서도 “여러 권의 책이 같은 주제를 반영한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학의 힘은 혁명보다는 점진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 소개된 피녜이로의 대표작 ‘엘레나는 알고 있다’와 ‘신을 죽인 여자들’은 추리소설이다. 죽음이나 사고의 숨은 진실에 대한 추리가 향하는 곳은 범인이 아니다. 여성이 당하는 종교적 억압을 비롯한 사회 현실에 작가와 독자의 시선이 닿는다. 피녜이로는 사회 문제를 소설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문제를 인지하기 전에 이를 감지하는 안테나가 작가들에게 있다”면서 “민감하게 문제를 포착해서 빠르게 알려주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피녜이로가 쓰고 있는 차기작 역시 아르헨티나의 오늘을 비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하며 경제 위기와 사회적 갈등이 심해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여성부를 폐지했고 임신중지 합법화 역시 무효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피녜이로는 “현 정권은 아르헨티나가 지금까지 이뤄온 사회적 합의에 반한다”면서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작품에 투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력과 온라인의 ‘혐오 집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차기작의 얼개다.
회계사로 일하다 40대에 소설가가 된 피녜이로는 중남미 문학계의 전설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훌리오 코르타사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을 세계에 번역ㆍ출간한 아르헨티나 작가가 됐다. 중남미에서는 여성 작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 문학계도 다르지 않다. 전 세계에서 여성 작가의 목소리가 ‘거대한 파도’를 이루는 현상에 대해 그는 “여성 작가는 항상 쓰고 있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여성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라며 "지금까지 주류 문학은 남성의 것이었고, 여성의 작품은 ‘다른 문학’으로 치부되고 했다"고 꼬집었다.
피녜이로는 여행 가방에 한국 작가의 책을 여럿 챙겼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함께 오른 정보라 작가의 소설을 비롯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등이다. 책과 문학을 한 사회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는 피녜이로에게 이번 한국 방문 역시 이야기의 한 조각이 될 것이다. 그는 “귀국하는 여행 가방에는 새로운 책, 작가들과의 대화, 독자들의 말, 도시에서 길을 잃고 발견한 사람들을 담아 가져갈 것”이라면서 덧붙였다. “한국 여행을 잊지 않고 등장 인물에게 빌려주겠다”고.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