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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 하나에 300만원, 코인만 받아요"… 딥페이크 이면엔 사이버판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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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이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온라인 카지노를 비롯한 범죄단체들의 돈을 벌기 위한 '미끼 '로 악용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상을 불법 공유해 논란이 됐던 '누누티비', 유명 만화와 웹툰을 불법 캡처한 '마루마루'와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음란물 사이트는 공통점이 있다. ①폐쇄해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며 ②각종 범죄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수사당국에도 적잖은 걸 시사한다. 온라인 성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마약과 도박, 콘텐츠 불법 유통 등 '문어발'처럼 얽힌 인터넷 범죄 생태계 자체를 파헤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4일 기준 온라인에서 연예인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이 유통되는 불법 사이트가 최소 5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딥페이크 성착취물만 다루는 K사이트의 경우 400개 넘는 여성 연예인 딥페이크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K팝 아이돌, 배우 등 카테고리까지 나뉘어 있다. 불법 음란물 Y사이트는 '딥페이크' 카테고리를 따로 두고 60개의 허위 영상물을 게시했다. 다른 사이트는 '인공지능(AI) 19금 실사'라는 이름으로 딥페이크 사진을 유통한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부각하며 경찰이 엄정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고 연예인 소속사들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딥페이크 음란물이 온라인에서 버젓이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구글 등에서 단순 검색으로도 접근 가능해 일반인들도 범죄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
성착취물 불법 공유사이트 운영자에게 딥페이크 영상물은 '호객용' 수단에 불과하다. 진짜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 이들 사이트에 노출돼 있는 수십 개의 배너 광고다. 대부분 △온라인 카지노 등 불법 도박 △국내 유흥업소 △해외유흥여행 △명품 레플리카(가품) 판매 △발기부전 치료제 등 성인용품 판매 △텔레그램 성착취물 채널 등을 홍보한다. 연예인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이 다른 범죄행위를 유도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광고 수익은 사이트별 한 달에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일보 기자가 온라인 카지노 운영자 행세를 하며 사이트 운영자 3명에게 접촉해보니 배너 광고 비용은 '정가'가 없었다. 사실상 '호가'로 각 사이트마다 적게는 월 100만 원, 많게는 300만 원까지 요구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나같이 테더(USDT)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요구했다.
불법공유 사이트 등 20여 개를 한 운영자가 소유하는 등 기업화된 곳도 있었다. 한 OTT 불법 공유사이트 운영자는 본인이 관리하는 홈페이지들 링크를 보내주며 "한 사이트에 배너 4개 이상을 동시에 띄우는 방식이다. 5곳 모두 진행(광고)하시면 매달 USDT 3,000개(4일 시세 기준 약 360만 원)까지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또 다른 성착취물 불법공유 사이트 운영자는 "우리는 10개 이상 사이트에 동시에 광고를 띄워 노출 효과는 확실하다"면서 "서로의 안전을 위해 테더 코인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 유치를 위한 사이트 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12월 미성년자들에게 경복궁 낙서를 지시한 '이 팀장' 강모(30)씨도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광고)으로 배너 광고 단가를 높이기 위해 담벼락에 홍보문구를 쓰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예 각종 불법공유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만 모은 사이트도 있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광고 수익을 챙기고, 광고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새 고객을 모집하는 형태로 상부상조하는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한 일당이 홍보용으로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카지노 등을 소유하는 등 '문어발식'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촘촘히 연계되고 조직화된 사이버 범죄의 숨통을 끊으려면 일단 '돈줄'부터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약과 도박, 성범죄, 불법 콘텐츠 공유 등을 아우르는 종합 수사가 필요하다. 불법공유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이 어려운 만큼 수사당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등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도 필수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딥페이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 행위지만, 다른 범죄의 호객용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면서 "현재 방심위에만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이 있어 대응이 늦는 등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n번방' 사태처럼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등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하던 이들은 '대피소' 채널을 만들어 숨거나, 디스코드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통 채널을 옮기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고 있다. 불법공유 사이트 역시 접속이 차단될 경우 주소(URL)의 일부만 바꿔 새로 사이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딥페이크 범죄를 미성년자, 청소년이 또래 사이에서 재미 삼아 한다고 단순 도식화해선 안 된다"며 "조직적인 음란물 제작과 사이버 범죄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광범위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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