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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한테 받은 건물 임대수익 달라는 곽승준 전 수석, 2심 패소

입력
2024.08.27 15:15
수정
2024.08.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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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 몫보다 대납 세금이 더 많아"

이명박 대통령이 주관한 국방산업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린 2010년 10월 19일 곽승준 당시 미래기획위원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주관한 국방산업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린 2010년 10월 19일 곽승준 당시 미래기획위원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부친으로부터 증여 받은 건물 임대수익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곽 교수 부친이 가져간 수익보다 곽 교수 대신 내준 세금이 더 많은 점을 들어 곽 교수에게 임대수익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 윤강열)는 곽 교수가 부친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과 그에 대한 반소에서 "곽 교수는 부친에게 3,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친이 곽 교수에게 약 21억 원을 줘야 한다고 본 1심과 정반대 결론이다.

곽 교수 부친은 1987년 서울 강남구에 건물을 짓고 2013년까지 곽 교수에게 지분의 80%를 증여했다. 그는 2009년 강남에 신축한 또 다른 건물 지분 25%도 곽 교수에게 증여했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 두 건물에서 발생한 임대수익 35억8,000만 원은 곽 교수 아버지가 관리했다.

곽 교수는 2019년 12월 부친을 상대로 자신의 건물 지분만큼의 임대수익(약 21억 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곽 교수 부친은 "애초 증여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각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등 수입을 내가 관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뤄진 '부담부 증여'였다"고 맞섰다.

1심은 곽 교수 부친이 그간 지급하지 않은 수익을 나눠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친이 주장한 '부담부 증여'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설령 그런 조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만으로는 곽 교수가 임대수익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2심에서도 부친의 부담부 증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곽 교수가 증여 받은 후 자신의 취득 지분만큼 냈어야 할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증여세 등을 부친이 대납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금액이 곽 교수 몫의 임대료보다 크므로 각각의 채권이 상계돼 부친이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나아가 곽 전 수석이 2021년 한 건물의 일부 임대수익을 혼자 차지한 사실을 지적하고, 곽 교수가 오히려 부친에게 부친 지분만큼의 수익 3,900여만 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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