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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반도체 클러스터에 단비…LNG로 열·전기 만드는 열병합발전소 다시 보게 되더라

입력
2024.08.2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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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 자회사 나래에너지서비스 위례발전소
LNG 발전 후 남은 열 지역난방용으로 재활용
집단에너지 효율 최대 80%…에너지 요금 절감

나래에너지서비스가 운영하는 위례열병합발전소 전경. SK E&S 제공

나래에너지서비스가 운영하는 위례열병합발전소 전경. SK E&S 제공


22일 경기 하남시의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지나자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숲 안에서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위례열병합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거 단지와 2k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하얀색 외벽에 둘러싸인 채 굴뚝도 있어 겉으로 봐선 전기 만드는 '공장'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SK E&S의 자회사 나래에너지서비스가 운영 중인 이 발전소위례 신도시와 거여·마천, 성남 복정 등 인근 지역에 지역 난방 및 냉방을 공급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①대형 터빈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전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열을 계속 내뿜어 발전소 내부는 찜통 같았다. ②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울 때 생긴 가스가 터빈을 돌리고 ③이때 나온 수증기가 스팀 터빈을 움직이게 해 전기를 만든 후 ④남은 증기는 난방열로 바뀐다.

이곳 열병합 발전소가 일반 발전소와 달리 LNG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한다. 특히 전기를 만든 후 일반 발전기에서 버려지는 열을 지역 난방용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LNG라는 하나의 원료로 열과 전기라는 두 가지 상품을 동시에 만드는 셈이다. 나래에너지서비스 관계자는 "이곳에서 만든 전기는 한국전력에 '도매'로 팔고 있다면 발전소에서 나온 열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난방용으로 쓸 수 있도록 '소매'로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전기만 생산하는 발전소의 효율이 50% 초반에 그치는 반면 이곳의 효율은 최대 80%를 찍는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버리지 않고 수증기·온수 생산 등에 다시 쓰는 선순환 체계 덕분이다. 특히 위례발전소의 경우 SK E&S가 수입한 LNG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더욱 저렴한 값에 열을 공급할 수 있다. 위례발전소 관계자는 "국내에서 최저 수준 요금으로 열을 제공하고 있다"며 "발전 효율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전력 공급 핵심…반도체 경쟁력 키우는 역할도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갈수록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열병합 발전소를 활용한 집단 에너지 사업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하남시는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에 불허 결정을 내는 등 전력 설비 확대를 두고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송전망 확충이 사업 성패와 직결되는 기업들로서는 열병합 발전소로부터 열과 전력을 공급받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SK E&S는 이달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 에너지 사업 허가를 따냈다. 이는 에너지가 필요한 곳 근처에 발전소를 마련해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공급하는 분산 에너지 사업이다. 수도권에 각종 데이터 센터와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이 생기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만큼 송배전망을 빠르게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집단에너지 사업이 떠오른 것.

안정적 전력 공급과 경제적 열 생산을 통해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산업 시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현장은 24시간 내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열병합발전소의 존재 자체가 든든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1기에 시간당 640톤(t)의 열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4만2,000가구가 쓸 만큼 엄청난 용량이다. 열병합발전소의 열 생산 원가는 일반 보일러보다 15%가량 저렴해 치열한 반도체 경쟁 속에서 원가 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정부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약 3기가와트(GW)의 집단 에너지 공급 계획을 담는 등 관련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 E&S 관계자는 "집단 에너지는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히 송배전망의 부담을 줄이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전력 자급률이 낮은 수도권 지역의 전기요금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 나주예 기자
히님=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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