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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불편한 '합법적 병역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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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에게 언론과 네티즌들이 붙여준 수식어는 ‘합법적 병역브로커’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은 현역 입대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신유빈이 입대를 불과 20여 일 앞두고 있던 임종훈이 극적으로 특례를 받는 데 혁혁한 조력자였던 셈이다. 둘이 힘을 합쳐 메달을 땄는데, 참 불공평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합법적 병역브로커의 원조를 꼽자면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들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사상 첫 16강 진출에 대표팀 라커룸을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당시 주장이던 그가 “후배들의 군 복무 문제 해결”을 건의했고 그 자리에서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자 “왜 야구는 안 되냐”는 빗발친 여론이 병역 특례를 이끌어냈다. 체육계엔 "떼쓰면 된다"는 말이 파다했다.
□아예 대회 자체가 병역브로커라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이다. 야구와 축구는 물론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LoL)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선수들이 무더기로 혜택을 받았다. 특히 야구는 병역 해결을 위해 프로선수들이 대거 투입되는 우리나라와 대부분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다른 나라는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러니 경기 한 번 뛰지 않고 병역 혜택을 얻는 무임승차 논란도 늘 따른다.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조롱성 게시물이 유행했을 정도다.
□병역법은 특례 대상을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체육 분야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올림픽 메달이 국위선양이라는 건 개발도상국 시절에나 통했을 법한 얘기다.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으로 따지자면야 지금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 있는 BTS를 능가할 이들이 있을까 싶다. 요즘 선수들은 조국을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메달을 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많은 MZ세대 선수가 메달을 떠나 각자의 방식으로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이 감동을 줬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더 이상의 병역브로커는 없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병역 자원도 확확 줄고 있다. 지금 손보지 않으면 곧 아시안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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