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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바이든을 기억할 것, 하지만 횃불은 전달됐다”… 냉정한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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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조 바이든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횃불은 전달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냉정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오바마는 행사장인 일리노이주(州)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이날의 마지막 연설을 바이든 대통령 극찬으로 시작했다. “16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뒤 내가 한 최고의 결정은 부통령 후보로 조 바이든을 선택한 일이다.”
오바마는 “조와 나는 배경이 달랐지만 형제가 됐다”며 바이든의 공감과 품위, 회복력 덕에 그를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상대당이 개인 숭배로 돌아선 때 우리에게는 정치에서 가장 드문 일, 국가를 위해 자기 야망을 내려놓을 만큼 사심 없는 지도자가 필요했다”며 “역사는 조 바이든을 절대적 위기의 순간 민주주의를 구해 낸 뛰어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그를 대통령으로 부르는 게 자랑스럽지만, 친구라 부르는 게 더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이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오바마는 “횃불은 전달됐다”며 세대 교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미국을 위해 싸울 때다. 정말이지, 싸움이 될 것”이라며 팽팽하게 양분된 나라에서 박빙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가 반드시 당선되도록 결집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오바마의 수사법은 ‘대비’였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허세와 갈팡질팡, 혼란을 4년 더 경험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 영화를 이미 봤고, 보통 속편은 더 나쁘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철저히 깎아내렸다. 그리고는 “9년 전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탄 뒤 자기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징징거리는 78세의 억만장자”라며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해리스 캠프가 트럼프를 규정할 때 즐겨 쓰는 표현 ‘기괴한(weird)’을 활용, “군중 규모에 대한 기괴한 집착”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반대로 해리스 부통령은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오바마는 “미국은 이제 새 장으로 넘어갈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의 핵심 업적으로 통하는 ‘오바마 케어’(의료보험 보장 확대)를 거론하더니, “카멀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백만을 보살피고 그들의 임금·노동 조건을 대변할 대통령이 필요하다. 카멀라는 그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스 쉬 캔”(그녀는 할 수 있다)이라는 응원으로 2008년 본인의 대선 슬로건 “예스 위 캔”(우리는 할 수 있다)을 소환하기도 했다.
승패의 관건은 행동, 곧 전당대회 청중의 투표율 견인이다. 오바마는 “우리 각자가 앞으로 (대선일인) 77일 뒤까지 우리 역할(투표 참여 설득)을 다하면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팀 월즈(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니 일을 시작하자”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녹슬지 않은 연설 실력만큼 유머도 여전했다. 오바마는 “미셀 오바마 뒤에 연설하는 멍청이”라는 농담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바로 직전 찬조 연설을 끝낸 배우자를 치켜세운 것이다. 오바마 부부는 명연사로 유명하다. 미셸은 “(미국에)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며 해리스의 대선 승리를 위해 “뭐라도 하자”고 호소했다. 무대가 차려진 시카고는 부부에게 각별하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주상원의원과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대통령까지 됐다. 정치적 고향인 셈이다. 미셸은 아예 시카고 출신이다.
이날 연설 무대에는 해리스의 남편 더그 엠호프도 올랐다. 그는 “카멀라는 즐거운 전사로, 싸움에서 절대 도망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맞서는 게 최선의 겁쟁이 상대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22일이 결혼 10주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격전지인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세에 나선 해리스는 시카고로 복귀하는 길에 전용기에서 남편 연설을 시청했다. 해리스가 이를 끝까지 볼 수 있도록 전용기는 시카고 도착 뒤에도 착륙을 미룬 채 상공을 10분간 돌기도 했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행사에서는 이달 초 온라인 대의원 호명 투표(롤콜)를 통해 이미 대선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가 상징적 요식 절차인 현장 롤콜에 의해 후보로 공식 추인됐다. 해리스는 롤콜이 끝나자 유세 도중 화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전날 해리스는 흰색·빨간색·파란색이라는 전당대회 드레스코드 전통을 깨고 황갈색 정장을 입은 채 무대에 올랐는데, 2014년 역시 양복 색깔로 논란을 빚은 오바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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