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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역 참사 선로점검차 블랙박스, 정작 사고 당시 영상은 안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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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선로에서 장비 차량이 충돌해 직원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선로점검차 영상기록장치가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9일 새벽 2시 20분쯤 구로역 인근 선로 위에서 보수 작업을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올라탄 모터카 작업대를, 옆 선로를 통과하던 선로점검차가 들이받아 발생했다. 모터카에 부착된 카메라와 사고 장소 인근 폐쇄회로(CC)TV에 이어 선로점검차에도 사고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라 원인 규명에 차질이 우려된다.
21일 한국일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선로점검차 영상기록장치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사고 발생 당일까지 선로점검차에 달린 영상기록장치 자료가 불규칙적으로 저장되지 않았다. 영상기록장치는 전원이 켜지면 2분 간격으로 자동 저장되며 일주일간 보관되는데 사고 다음 날인 10일 제조업체가 현장 점검을 해보니 영상 파일 일부가 없었다. 특히 6일 오후 2시 55분부터 사고가 난 9일 오전 2시 20분까지는 내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기록장치는 사고 발생 약 3시간 뒤인 오전 5시 4분부터 다시 작동했다.
다만 일부러 저장 영상을 삭제하는 등의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사고 당시 CCTV 현황'을 달라는 의원실 질의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입회 아래 제조업체에 분석 의뢰한 결과, 사고 당시 영상이 저장되지 않았고 삭제된 정황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영상기록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코레일은 전원 공급 문제 또는 선로점검용이라 이동하는 동안 기록이 안 됐을 것으로만 추정하고 있다. 앞서 해당 영상기록장치 제조업체는 "10일 현장 점검 시 정차 상태에서 장치기능 및 전원라인은 정상 동작함을 확인했고 차량의 운행상태에서 장치의 동작 및 전원 입력 상태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코레일에 제출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영상이 없다는 점이다. 유족에 따르면 코레일 측은 얼마 전 한 사망자 빈소를 방문해 선로점검차 외에 선로 위에 있는 CCTV 2대에도 사고 장면이 찍히지 않았고, 사망자가 타고 있던 모터카에 달린 카메라 4대 모두 사고 현장을 비추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유족 A씨는 "사인이 충돌사인지 추락사인지 유족들에겐 굉장히 중요한데 코레일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하더라"며 분노했다.
코레일은 지난해 4월 중대산업재해 재발방지 종합안전대책으로 작업장 CCTV 설치를 약속했다. 철도차량 정비 등 작업장소에서 동종사고 발생 시 정확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책 발표 1년 4개월 후 사람이 2명이나 숨지는 참사가 났지만 CCTV는 물론 사고 난 작업차량의 영상 장치마저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 당시 대책이 그저 보여주기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태준 의원은 "코레일은 그동안 수차례 중대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하니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기본적인 CCTV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다 철저하고 근본적인 재해 예방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구로역 사망 사건 관련 질의도 있을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현안보고에는 사고 원인에 대해 "모터카 작업대가 계획된 작업 범위(5~9번 선로)를 벗어나 인근선로(10번)를 침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어 "작업 계획 검토 등 작업 승인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요인이 확인될 수 있도록 작업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현장여건 모터카 등 장비 특성을 고려한 안전수칙을 매뉴얼에 세부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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