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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1968년과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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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68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미국 시카고에서는 전운이 감돌았다. 대통령 재선 출마를 포기한 린든 존슨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함께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 참여하지 않은 허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결정해,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추인하려고 했다. 그러자 베트남전 미군 철수 공약으로 예비선거 압승을 거둔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반전 운동가와 대학생들이 전당대회에서 매카시 후보를 옹립하거나, 대회를 저지하기 위해 시카고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 상황은 56년 전과 유사점이 많다. 재선을 포기한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이 후보 경선을 거치지 않은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 후보로 밀었다. 또 바이든은 민주당 지지자 다수의 반대 속에서도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해리스도 대통령 입장에 동조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장 인근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낙태권 옹호, 기후변화 경제 정의를 주장하는 200여 개 단체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56년 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위대 일원인 17세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것을 계기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해, 시위대와 경찰 각각 수천 명이 난투를 벌이는 유혈사태로 이어지면서 ‘피의 전당대회’로 기록됐다. 현재 진행 중인 전당대회 행사장 주변에서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있었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는 적다. 또 시위대의 외침이 해리스의 대선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56년 전과 현재 시카고의 차이는 무엇보다 베트남 전쟁에는 50만 미군이 참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유진 매카시처럼 반전 세력을 모을 진보성향 유력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 가자전쟁 반대에 앞장섰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조차 침묵하고 있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단체는 올여름 진행된 당내 경선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비판한 민주당 하원의원 2명의 승리를 막기 위한 광고비로 2,500만 달러를 쏟아부었고, 결국 뜻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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