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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일과 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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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 돌풍이 거세다. K-9자주포, 국산 초음속 전투기 K-21에 미 해군정비조약을 추진 중인 K조선까지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소송전처럼 경쟁업체 간 힘겨루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국제 수주에서 자국 업체 간 협력이 두드러지는 일본과 특히 대비된다는 점이다. 호주, 캐나다의 해군 함정 발주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와 미쓰이중공업은 ‘원팀’을 꾸려 대응하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제 살 깎기 경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노련한 외국 사업가들은 공급 단가를 손쉽게 높이는 법을 안다. 다수 한국 업체에 동시 연락, 과잉 경쟁을 유도한다. 아랍에서 한국 건설업체끼리의 과열 수주경쟁도 그렇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은 다르다. 미리 의견을 수렴, 단가 높이기 술수를 아예 차단한다. 일본 정치권도 한국과의 외교전에서 같은 행보를 보인다. 당국이 한일 이슈에 대해 브리핑하고, 협조를 구하면 일본 언론도 적극 따른다. 일본이나 북한이 상대방인 다수의 이슈에서 우리 정치권과 언론의 공조는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
□ 전직 한국계 고위 미국 외교관은 재직 시절 한국 특파원과 만날 때마다 독도 이슈에 대한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독도를 강제로 빼앗을 만큼 일본 국력이 압도적이지 않은데,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 의도에 말리지 말라는 것이다. 2024년의 객관적 지표로 보면, 한국은 일본의 먹이가 되기에는 너무 강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연간 수출규모, 군사력 지표 등에서 일본을 추월한 지표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 광복절을 전후로 또다시 반일과 친일 논쟁이 치열하다.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발언이 정제되지 못했고, 일본에 유독 민감한 국민 감정을 건드린 건 맞다. 그러나 설사 그런 행위들이 계속되더라도, 우리 국력이 100년 전처럼 일본에 나라를 넘겨줄 만큼 허약하지 않다. 다분히 국내 정치적 목적의 허망한 내용의 일본 관련 논쟁이 내부에서 계속된다면, 극일(克日)은 멀어지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어부지리만 안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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