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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 '듀스' 기억하나요?… ‘춤생춤사’ 고딩들, 세기말 중심에서 열정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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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도 인터넷도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주요 통신수단은 공중전화와 삐삐다. 청소년들은 오락실에서 스텝을 밟으며 점수 경쟁을 한다. 게임과 춤이 결합된 신종 놀이다. 누군가는 세기말이라며 종말을 예견하고, 사회 일각에서는 21세기를 맞으면 컴퓨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새천년을 앞두고 어수선함과 희망이 교차하던 1999년. 경남 거제도에 사는 여고생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춤에 빠져 산다. 학업에는 뜻이 없는, 그러나 춤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두 사람 앞에 새로운 춤을 추는 학생이 나타난다.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조아람)으로, 그는 치어리딩을 한다. 필선과 미나는 그게 춤이냐며 무시하면서도 학교로부터 댄스실을 얻기 위해 세현과 손을 잡는다. 둘의 의도와 무관하게 만년 약체 학교 축구팀을 위한 치어리딩 팀이 구성되고, 필선과 미나는 새 춤에 조금씩 빠져든다.
영화 ‘빅토리’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춤이 있고 노래가 있으며 스포츠가 있다. 웃음기 가득한 우정이 관통하는 스크린에 풋사랑의 설렘이 끼어들고, 묵직한 가족애가 포개진다. 다양한 소재와 결이 다른 감정들을 조화롭게 그러모으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 한다.
축구 경기가 종종 화면에 나오나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는 건 치어리딩이다. 필선과 미나, 세현이 결성한 치어리딩팀 ‘밀레니엄 걸즈’ 구성원 9명의 사연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단짝 친구 7명을 내세워 관객 745만 명을 모았던 ‘써니’(2011)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다. 청춘물의 공식을 따르나 경쾌한 노래와 흥겨운 춤으로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디바의 ‘왜 불러’, 듀스의 ‘나를 돌아 봐’, 김원준의 ‘SHOW’, 터보의 ‘트위스트 킹’ 등 1990년대 후반 유행가가 고막을 자극한다. 노래들에 발로 박자를 맞추다 보면 상영시간 119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영화다. 40대 이상은 25년 전으로의 추억여행만으로도 미소를 띠게 될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특히 눈길을 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고교생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이혜리는 약동하는 청춘의 발랄한 기운을 여전히 강하게 전한다.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등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가 두루 좋기도 하다.
‘레드카펫’(2014)으로 장편영화 데뷔식을 치르고 지난해 ‘싱글 인 서울’을 선보인 박범수 감독의 신작이다. 박 감독은 “관객분들이 지치고 힘드시다면 극장에 와서 흠뻑 응원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획한 영화”라고 밝혔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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