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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언급 피한 한동훈…정면충돌 피했지만 ‘불안한 동거’

입력
2024.08.12 17: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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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 "김경수 반대" 공개 입장 안 내
대통령 사면권 인정하며 정면충돌 피해
친윤계도 공개 저격은 자제... 내부는 격앙
'불편한 동거' 관계, 향후 갈등 재발 가능성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제 뜻은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직접 충돌은 자제해 '선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또다시 드러낸 만큼, 향후 국정 주도권을 둘러싼 당정 간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더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당 내 여론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당정 갈등을 키우려는 의도는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친한동훈(친한)계는 '김경수 복권 반대'에 대한 명분을 쌓는 데 주력했다. 한 대표 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복권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남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들이 어떤 식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는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가까운 진종오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한 대표와 4선 중진의원 간 오찬에서도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한 대표의 김 전 지사 복권 반대가 윤 대통령과의 전략적 차별화를 노린 행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한 대표의 초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감정도 노출되고 있다. 친윤계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지사 복권은 야권 분열 이슈인데 한 대표가 나서면서 여권 분열 이슈가 됐다"면서 "한 대표가 또다시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원내 관계자도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원팀은커녕 불화를 일으켜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는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이견이 향후 당정 갈등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 초반 당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하는 한 대표와 3년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차원에서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할 말은 하는 한 대표와, 임기가 많이 남은 윤 대통령이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역린’인 ‘채 상병 특별검사법’ 문제에 대한 출구전략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여부가 최대 분수령이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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