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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장실에 주사기 있나?" 유흥업소에 뜬 마약단속반

입력
2024.08.11 16:00
수정
2024.08.11 17:25
11면

서울시·자치구·경찰 합동 마약 단속
"마약 범죄 방조 시 업소도 '영업정지'"
화장실·변기·쓰레기통에 마약 흔적 점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클럽에서 유흥업소 마약류 특별단속반이 클럽 관계자들에게 개정 식품위생법을 설명하고 있다. 권정현 기자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클럽에서 유흥업소 마약류 특별단속반이 클럽 관계자들에게 개정 식품위생법을 설명하고 있다. 권정현 기자

­'불금'인 9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클럽에 6명으로 이뤄진 '위생점검'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단속반 한 명이 클럽 업주와 직원들에게 단속 취지를 설명하고, 두 명이 주방을 점검하는 동안 나머지 세 명은 단속 목적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한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세면대와 변기, 바닥, 칸마다 놓인 쓰레기통 안을 뒤적거렸다. 이들이 찾는 건 다름 아닌 주사기나 주사바늘. 혹시라도 이곳에서 몰래 마약을 투약하거나 그 흔적이 있지는 않을까, 샅샅이 살폈던 것. 다행히 주사기와 주사바늘이 없는 걸 확인한 단속반은 "마약을 투약하거나 그런 낌새가 보이는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세요. 방조해도 영업 정지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서울시가 자치구, 서울경찰청과 합동으로 관내 4,000여 개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불시 마약류 단속에 나섰다. 단속반이 화장실로 향했던 것도, 유흥가 중심의 마약 범죄 확산을 방지하고자 7일부터 식품위생법이 개정돼서다.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흥업소 영업자가 마약 투약 장소로 업소를 제공하거나, 마약 범죄를 교사·방조하는 경우 업주도 3개월 영업 정지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 마약을 투약한 당사자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돕거나 방관한 유흥업소 영업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라운지바에서 유흥업소 마약류 특별단속반이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권정현 기자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라운지바에서 유흥업소 마약류 특별단속반이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권정현 기자


단속은 자치구 주관의 식품위생법 준수사항 등 위생 점검과 시와 경찰의 마약류 점검으로 이뤄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과 시 소속 공무원 7명(서울시 2명, 시 민생사법경찰국 1명, 서울 강남구 4명)이 합동으로 이날 10개 업소를 점검하는 동안 업주들은 비교적 협조적이었지만, "마약 관련해서도 전달 드릴 사항이 있다"는 안내에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특히 "법이 개정돼 마약을 투약하는 손님들을 알고도 내버려 두면 영업 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며 협조를 요청하자, 정확한 내용을 아직 숙지하지 못한 일부 업주와 직원들은 "의심되는 손님이 있으면 어디로 신고해야 하나?", "마약 한 걸 몰랐어도 처분 대상인가?" 등 궁금증을 쏟아냈다.

단속반은 업소와 손님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영업장 입구에 '단골손님은 친절 응대, 마약손님은 경찰 응대'라고 적힌 마약류 금지 스티커와 포스터도 붙이고, 즉석에서 음료 안에 마약류 성분이 있는지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키트도 제공했다. 시는 단속 중 위반 사항이 적발된 업소에는 행정 처분을 내리고, 업소명, 위반내용 등을 온라인에 공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마약을 근절하려는 취지인 만큼 모두 다 같이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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