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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반대' 고수했던 오세훈 입장 바꾼 까닭은?

입력
2024.08.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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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침 협조
"미래세대 주거 마련에 피치 못할 선택"
정부와 엇박자 논란 우려? 돕는 게 이득?
일각 "시정철학 변화 납득 어려워" 지적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 장관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 장관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정부가 8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결정에 적극 협조해서다. 공급 확대 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데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갖은 곤혹을 치렀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차기 대권 주자의 면모를 보이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서울시는 항상 조심스러워했다. 비교적 접근성이 우수한 데다 넓은 그린벨트 부지는 이미 많이 해제돼 남은 지역은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지만,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력한 반대에 발목이 잡혔다. 오 시장도 여러 차례 환경 보존과 주택 공급 한계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입장을 바꾼 건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서울 아파트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환경 보존과 여가·휴식 공간 확보라는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도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미래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해 개발제한 구역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과 함께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과 긴장 관계인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낼 경우 파장과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심상치 않은 서울의 집값 상승이라는 악재를 마주한 윤석열 정부를 도와 해결하는 것이, 차기 대권 주자인 오 시장에게도 '유능한 해결사' 이미지를 심어줘 나쁠 것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정 철학을 바꾼 오 시장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치인 오세훈과 서울시장 오세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시정철학도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권을 염두에 둔 만큼 확고한 소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회의 직전까지 발언 문구와 표현을 세심하게 가다듬었다"며 "정부의 끈질긴 설득에 오 시장이 공감한 측면이 있지만, 막판까지 그린벨트 해제 여부에 대한 고심이 깊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9일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입장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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