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 선수가 그제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딴 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부상 관리를 제대로 못 받은 상태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쓰겠다는 의견이 무시당했고, 재활 중인데도 투어 대회 출전을 압박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선수조차 마음 놓고 기량을 펼치도록 지원하지 못한다면 협회가 왜 존재하는가. 안세영의 작심 발언은 배드민턴협회뿐 아니라, 체육계 전체가 돌아봐야 할 문제 제기다.
안세영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크게 실망했다”며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분노였다”고까지 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당한 무릎 부상이 깊어진 이후 투어 대회 참가를 꺼리면서 갈등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수정 선생님(트레이너)이 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순간을 보내셨다”고 미안해했다. 대표팀 트레이너가 선수 지원을 위해 협회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체력소모가 커 중국과 일본도 기피하는 단식과 복식의 병행을 압박한 것도 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 협회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안세영이 훈련 중 발목 부상을 입자 쉬쉬하다 뒤늦게 지원했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한의사를 따로 붙여줬지만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는 반응만 보였다.
배드민턴협회는 이전에도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한 한심한 운영과 행태로 분노를 불렀다. 2013년 간판 선수였던 이용대와 김기정의 소재지를 잘못 고지하는 바람에 세계반도핑기구 검사관들이 도핑 테스트를 못해, 선수들이 자격정지 통보를 받았다. 2018년엔 해외대회 출전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에 태우고, 협회 임원진은 비즈니스석을 탔던 사례가 보도됐다. 안세영도 시대에 뒤떨어진 훈련 프로그램, 선수에게 알리지 않는 대회 출전 명단 제외 등을 겪었다고 한다.
최근 축구협회 사태부터 체육계엔 권위만 앞세우며 선수들의 앞길을 막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안세영의 발언을 새겨야 할 협회들이 많다. 선수 위에 군림하지 않고 선수들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소통하려는 자세에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위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는데, 정부가 개입과 역할을 방기한 점도 살피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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