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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지막 올림픽… 여서정은 탈구 견디고 도마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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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 경기를 앞둔 여서정(제천시청)의 얼굴은 어두웠다. 경기에 앞선 연습에서도 여서정은 착지 순간 자신의 몸을 코치 손에 의지했다. 연습부터 시상식까지 당차고 해맑았던 2020 도쿄 올림픽 때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심상찮은 분위기는 실전 결과로 이어졌다. 결선 1, 2차 시기 모두 착지 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며 큰 감점을 떠안았다.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기에 아쉬움은 짙었다.
여서정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차 시기(14.166점)와 2차 시기(12.666점) 평균 13.416점으로 7위에 그쳤다. 지난달 28일 4위로 마친 예선 평균 기록(14.183점)에 턱없이 모자란 기록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이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내 한국 여자 체조 선수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여서정은 파리에서 한국 체조 선수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예선에서 두 번 모두 착지가 깔끔했기에 아쉬움이 더욱 짙었다. 뒤늦게 밝혀진 부진의 이유가 놀라웠다. 경기 직전 어깨 탈구 부상을 얻었다는 것이다. 여서정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경기 직전 연습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고 털어놨다. 운동선수들에게 어깨 탈구는 심심찮게 찾아오는 부상이지만, 경기 직전 이를 겪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뼈를 제 위치로 맞추더라도 통증이 남는데, 도핑 우려로 진통제 활용도 제한된다. 습관성 탈구일 경우 통증이 적더라도, 부상 재발 우려로 실전에서 위축될 가능성도 짙다.
여서정은 그럼에도 포기 없이 결선에 출전해 두 차례 도마를 짚었다. 여서정은 “부상 때문에 기술에 대한 걱정이 컸다”면서도 “예선 때 잘해서 기권하면 더 아쉬울 거 같아 어떻게든 시합을 뛰어서 마무리 짓고 싶었다”며 출전을 강행한 이유도 털어놨다. 부친 여홍철 KBS 해설위원도 딸의 부상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생중계 때는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캐스터가 여서정의 이름을 딴 고난도 기술 ‘여서정’을 시도할지 묻는 질문엔 “글쎄요”라며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 여 위원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딸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아빠 겸 해설위원’의 복잡한 마음이 묻어있던 시간이었다.
여서정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는 종목 특성상 4년 뒤 그의 기량이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여서정 역시 “다음 올림픽을 바라보기는 너무 멀다”며 “2년 후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몸 관리를 잘하면서 운동하겠다”고 했다. 경기를 마친 북한 안창옥의 ‘인사 패싱’ 논란에 대해선 “내가 (인사)타이밍을 잘 못 잡은 것으로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이날 여자 도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준 시몬 바일스(미국)의 활약은 빛났다. 바일스는 15.300점의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해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2020 도쿄 올림픽 우승자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가 14.966점으로 은메달을, 미국의 제이드 캐리가 14.466점으로 동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남자 안마 결선에 출전한 허웅(제천시청)은 안마에 손을 짚고 회전 기술을 펼치던 중 몸이 기구에 걸려 떨어진 바람에 14.300점을 얻어 7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 체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메달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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