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롱다리 '팔색조', 전 세계 1만 마리뿐 멸종 위기

환경부 '8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선정
여름철 번식 위해 남해안 도서 위주로 서식
멸종위기종 무허가 포획 시 3년 이하 징역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팔색조. 머리 꼭대기는 갈색, 눈 주변은 검정색, 몸 아랫면은 크림색과 빨간색, 등은 녹색과 푸른색, 날개는 검은색과 푸른색, 흰색 등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체구에 비해 '긴 분홍색 다리'를 가졌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

무지개처럼 일고여덟 가지 다양한 색깔을 지닌 팔색조가 '8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됐다.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팔색조는 벌채 등 산림 훼손으로 서식지가 줄면서 개체 수가 감소 중이고 전 세계에 약 1만 마리만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보내는 여름 철새이자 천연기념물 제204호이기도 한 팔색조를 이같이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 4월부터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과 공존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매달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선정해 발표 중이다. 앞서는 하늘다람쥐(4월), 올빼미(5월), 독미나리(6월), 표범장지뱀(7월)이 소개됐다.

참새목 팔색조과에 속하는 팔색조는 몸길이 약 16~20㎝, 무게는 약 68~155g에 검은색, 녹색, 푸른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의 깃털을 가지는 게 특징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색이 더욱 다채롭게 보이는데, '여러 매력을 가진 사람'을 팔색조에 빗대는 이유다. 체구에 비해 비교적 긴 분홍색 다리도 특징이다.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팔색조. 팔색조는 한 번에 4~6개 알을 낳고, 알품기(포란) 기간은 16~18일이다. 땅 위를 걸어다니며 딱정벌레, 지렁이,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데, 새끼에게는 거의 지렁이를 먹인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팔색조는 여름에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번식하고, 동절기에는 따뜻한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난다. 국내에서는 번식기인 5~8월 계곡이 있는 울창한 낙엽수림에서 단독으로 서식한다. 제주·거제·전남 진도 등 남해안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지만, 최근에는 서식처가 확대되면서 내륙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환경부는 "여름이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수줍고 귀한 손님 팔색조를 지켜달라"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법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을 허가 없이 포획·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