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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텀블러 들기? 그 마음 모여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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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 관련 국민들 인식과 통계의 괴리는 매우 크다. 2021년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탄소중립시민회의 참여단 대상으로 네 차례 설문조사를 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분야로 쓰레기를 꼽은 비율이 11.7~19.4%에 달했다. 그렇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서 쓰레기 분야 배출량은 1,610만 톤으로 총배출량의 2.4%에 불과하다. 쓰레기를 줄여서 기후위기를 막자는 캠페인을 하시는 분들의 의욕을 짓뭉갤 수 있는 잔인한 수치다.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당연히 쓰레기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탄소중립 과제에 쓰레기 문제가 우선순위에 올라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딱 2.4%에 해당하는 신경만 쓰면 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호들갑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텀블러 캠페인으로 정부와 기업이 그린워싱을 한다는 날 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통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부터 살펴보자. 쓰레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 하수처리장,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양만을 산정하는데, 소각장과 매립장에서 나오는 게 86%를 차지한다. 소각장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유래 물질의 소각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집계한다. 즉 석유계 플라스틱 소각에서 나오는 양만 해당되고 목재나 종이, 음식물쓰레기 소각에서 배출되는 양은 제외한다. 매립의 경우는 정반대다. 목재, 종이, 음식물쓰레기가 매립되면서 배출되는 매립가스(메탄)를 배출량으로 산정하고, 플라스틱 매립은 매립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쓰레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소각과 음식물쓰레기 등의 매립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이렇게만 보면 전 국민이 아등바등하며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해서 소각과 매립을 제로로 만드는 기적을 일으키더라도 겨우 2.4%의 온실가스만 줄이는 초라한 성적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게 다일까? 아니다. 소각과 매립량을 줄이는 것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거나 재활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것은 물질 소비를 줄이고 재생자원의 공급을 늘려 자원 채굴과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 보고서의 의류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자원의 채굴과 생산, 유통, 판매,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무려 97%에 달한다. 엘런 맥아더 재단은 물질 소비로 인한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이 총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쓰레기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물질 흐름 전체를 봐야 쓰레기 분야 온실가스 배출의 전체 그림이 비로소 보인다. 소각장과 매립장에서 배출되는 2.4%의 좁은 틀에 갇히면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탄소중립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텀블러 들기만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은 그린워싱이 맞다. 시민들이 텀블러 드는 것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렇더라도 텀블러 들기 캠페인 전체를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무의미한 활동이라고 폄하해서도 안 된다. 탄소중립이라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텀블러 드는 마음을 모아 세상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 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현장의 제로 웨이스트 활동가들은 실망하지 마시고 모두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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