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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백신입찰 담합' 제약·유통사들, 2심에서 '무죄'로 반전

입력
2024.07.23 16:44
수정
2024.07.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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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쟁 아닌 입찰... 들러리 영향 없어"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고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주요 제약사와 소속 관계자들이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1심 벌금형이 뒤집힌 결론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창형)는 23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디스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유한양행, 광동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6개 제약·유통사와 각사 임직원 7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NIP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이 전제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낙찰가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해칠 고의가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씨 등은 2016~2018년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 입찰 과정에서 지인을 들러리로 세워 다른 업체들의 입찰 가능성을 차단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한 사건이었다. 1심법원은 회사 임직원에게 300만~500만 원의 벌금형을, 제약·유통사 법인에 3,000만~7,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경쟁 제한의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찰은 백신 제조사나 수입사로부터 공급 확약서를 발급받은 업체만 낙찰받을 수 있었다. 즉 입찰이 자율경쟁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들러리 업체를 세운 행위'에 경쟁 제한 의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질병관리본부(현재 질병관리청) 담당자들이 촉박한 NIP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동 판매사에 빠른 낙찰을 압박했던 점 등을 감안해 항소심은 "공동 판매사들은 빠른 낙찰을 통한 NIP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이 사건 공동행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항소심법원은 "들러리 유무는 해당 입찰이 '단독 입찰로 인해 유찰'될지, '낙찰'될지 여부만을 결정할 뿐 그 외의 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인들의 공동행위로 인해 가격 등 거래 조건에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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