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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난 반댈세"...아름답고 대안적인 집 58채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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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척에 북한산이 보이는 서울 은평구 산비탈에 외관이 독특한 건물 '베이스캠프 마운틴'이 있다. 8㎡ 면적의 비닐하우스 2개와 23㎡의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인 건물은 놀랍게도 한 부부의 집이다. 평범한 집은 아니다. 1년 중 한국에 1~3개월 정도 머무르고 나머지 기간엔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부부의 전진기지 같은 공간이다. 김광수 건축가가 2004년 공사비 2,500만 원으로 한 달 만에 지었다. 집을 구입하고 누리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요즘 경향과 다른 주거 형태다. 당시 집의 수명을 5∼7년 정도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시에 등장하는 58채의 집은 '베이스캠프 마운틴'처럼 저마다 독특한 지점이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선택이면서 미학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은 집들이다.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양수인, 조재원, 오헤제건축 등 원로·신진 건축가와 건축가팀을 망라한다. "한국은 아파트가 모든 주거 형식을 압도합니다. 건축 디자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주거 고민과 능동적인 태도를 발견했으면 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의 말이다.
전시는 '선언하는 집',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관계 맺는 집',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무는 집' 등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주제별로 건축가 30팀이 2000년 이후에 설계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58채가 선정됐다. '건축가의 집' 하면 떠오르는 커다란 고급 주택과는 거리가 멀다. 도시의 자투리 땅이나 도시가 아닌 지역에 지은 중소 규모의 집들이다.
건축주의 의지와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집들이 주로 전시에 나왔다. 집 짓는 과정을 살펴보는 스케치·설계도·모형 등 건축 자료뿐 아니라 건축주와 거주자의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긴 배경이다. 건축주가 대지를 마련하고 건축가와 소통하며 집을 지은 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 일기, 영상 에세이가 58채별로 소개된다. 정 학예사는 "강원 평창의 '유포리 집'에 사는 건축주는 집과 땅, 식물에 대한 기록으로 '집의 일기'라는 책을 내고 방문객을 위한 방명록을 만들 정도로 집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전시에서 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섹션은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이다. 반려 고양이들과 동거하는 집을 설계한 박지현·조성학 건축가 팀의 '묘각형주택', 아이 없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에이오에이아키텍츠의 '홍은동 남녀하우스' 등 전형적인 4인 가족 주거 형태에서 탈피한 대안 공간들이 소개된다. '관계 맺는 집' 섹션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집을 다룬다. 박창현 건축가가 설계한 '써드플레이스 홍은 1-8'처럼 1인 가구가 개인 공간을 가지면서도 공용 공간을 공유하려는 사례다.
'잠시 머무는 집' 섹션에선 최근 새로운 공간 소비 형태로 부상한 공유 별장과 주말 주택이 등장한다. 이창규·강정윤 건축가팀이 제주 건축 형식을 살려 지은 제주 '고산집'은 11명이 시간을 나누어 공유하는 주택이다. 구글 캘린더로 사용일을 예약하고 사용료를 공동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집을 공유한다. '펼쳐진 집' 섹션에선 지역사회의 맥락에 부합하면서도 개성 있는 형태로 지은 전원주택이, '선언하는 집' 섹션에선 이름난 건축가들이 구현한 예술적 형태가 강조된 집이 소개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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