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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서 부인·침묵·선서거부··· 명분 커진 채 상병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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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대통령실 인사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 회피로 일관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 일부는 아예 증인 선서까지 거부했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에 대한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는 후안무치의 자세가 국민 분노를 부채질한다. 이런 식이라면 정권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특검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은 해병대 수사기록 경찰 이첩 당일(지난해 8월 2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세 차례 통화한 사유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도 “답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첩 전후 열흘가량 국방부 및 군 고위직과 수십 차례 연락한 것이 드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하달했다는 의심을 받는 당사자들이다.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증인 선서까지 거부하는 배짱을 보였다. 선서한 증인에 한해 처벌하는 위증죄 적용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더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증언하기 위해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언론 설명자료를 내놓아 황당함을 더했다. 그는 이첩 당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이첩 보류에 대한 대통령의 개입을 부인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사건 초기에는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었다.
이날 전·현 공직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참담함을 넘어 허탈함을 준다. 공익에 복무하는 일말의 양심은 물론, 억울한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측은지심조차 찾아볼 수 없다. 권력자에게 굽히며 자기 살길만 찾는 뻔뻔한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외압에 힘들어하는 실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이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 줄 몰랐다. 다음에 사건이 꼭 거기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해 달라”고 호소하자, 경찰 수사관이 흐느끼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박정훈 대령은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며 “저렇게 많은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고, 특검 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나 진실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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