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반려동물 11마리인데.. 순방 도중 '동물 선물' 받은 대통령 부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3국 순방 과정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을 선물받았습니다.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통상적 선물이라지만, 동물을 물건처럼 선물로 주고받는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11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가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인민의사회 의장으로부터 ‘알라바이’ 품종 강아지를 선물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알라바이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인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강아지를 선물받기 전날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알라바이 강아지 3마리를 만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부인 김건희 여사는 한국의 진돗개를 소개하며 두 국견이 모두 강하고 용감하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는 알라바이를 선물받은 뒤 “투르크메니스탄의 보물을 선물받아 매우 영광”이라며 “양국 협력의 징표로 소중히 키워나가고 동물 보호 강화를 위해 더 힘쓰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가 정상 간 동물 선물’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대통령이라면 감응력이 있는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게 동물보호, 생명 감수성에 반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면서 “정상 간 선물은 사전에 조율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때 정중하게 거절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상 간 동물 선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받았을 당시에도 비판 여론이 있었습니다. 녹색당은 이에 대해 논평하면서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적 행정 발상”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동물을 직접 선물하기보다 생명 존중의 의미를 담은 특별한 선물을 전하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국빈 방문할 당시, 빈 시의 대표 동물원인 쇤브룬 동물원의 시베리아 호랑이 후원자로 문 전 대통령을 지명했습니다. 한국의 상징인 호랑이를 양국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데 적극 활용한 사례입니다.
선물로 받은 동물의 지위가 불문명한 점도 문제입니다. 이미 문 전 대통령이 선물 받은 풍산개 두 마리는 법적으로 반려동물이 아닌 ‘대통령선물’인 관계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이 논의됐지만, 개정이 지지부진해지며 결국 풍산개는 대통령기록관에 반환됐습니다.
현재 풍산개들은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지내는 중입니다. 풍산개를 어디에 둘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어받아 키우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김대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 (윤 대통령이) 한 10마리 정도 키우는 것 같다”며 “애완견을 더 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발언 이후 윤 대통령은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입양해 반려동물 11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에 있었던 절차적 문제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동물 선물을 또 받아 오는 게 제대로 된 외교 행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연 이번에 선물 받은 강아지는 한국에서 어떤 삶을 보내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