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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때린 초강경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사... 숨죽인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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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63)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의 뒤를 잇는 이란의 2인자였다. 초강경 대외 노선을 고집하며 이란 행정부를 이끌던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중심으로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걸었던 중동 정세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20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방송과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전날 헬기 추락 사고를 당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날 이란 반관영통신 메흐르는 "라이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의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로 순교했다"며 대통령 사망 소식을 전했다. 전날 오후 라이시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 산악 지대에 비상 착륙했다고 알려진 지 약 15시간 만이다. 하메네이는 5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같은 헬기에 탔던 호세인 아미돌라히안 외무장관과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등 나머지 탑승자 8명도 전원 사망했다. 라이시 대통령과 일행은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국경에 양국이 함께 건설한 키즈-칼라시댐 준공식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헬기 기종은 미국산 15인승 '벨(Bell) 212'다. 미국 CNN방송은 이 헬기가 1960년대 말부터 운용됐던 노후된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란 현지 매체들은 "헬기가 산봉우리와 충돌한 모습이 포착됐다"며 일단 짙은 안개 등 악천후에 무게를 뒀다. 추락한 헬기는 전소돼 탑승자 일부는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사고 신고를 받은 직후 이란 당국이 65개 수색 구조팀과 군대 등을 급파했지만, 험준한 산악 지형과 궂은 날씨로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라이시는 강경한 대외 노선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권력의 정점으로 삼는 신정일치 국가다. 라이시는 36년째 군림해 온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밑에서 행정부를 이끌며 대외적으로 이란을 대표했다. '하메네이의 분신'으로도 불렸다. 그는 하메네이 뒤를 이어 향후 수십 년간 이란의 최고 실권자 역할을 할 차기 최고지도자 '0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이 향후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이 반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아파 맹주' 이란 대통령의 유고 상황이 위태로운 중동 정세를 대혼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지난달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 본토를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300여 기로 공격하며 '중동 전쟁' 확전 우려를 키웠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대리 세력을 앞세워 '최대 안보 위협'인 이스라엘을 압박해 왔다. 이들은 라이시 사망 소식에 애도 메시지도 발표했다.
이란에 우호적 국가들도 추도 대열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애도 메시지를 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추도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스라엘의 관련성 여부를 의식한 듯 이스라엘은 "라이시 사망과 이스라엘은 관계가 없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앞서 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헬기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확인했고, 미 국무부도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유고 시 5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히잡 시위 탄압, 경제난 등으로 여론이 악화한 이란 내부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란 부통령 12명 가운데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68) 수석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지명됐다. 모흐베르 부통령 역시 하메네이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법, 의회 수반과 3인 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대선은 오는 7월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최고지도자 계승을 두고 극심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를 이어받는 '세습' 가능성을 점치는데, 이 경우 내부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 사후 차질 없이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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