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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에 새 시중은행... 대구은행, 은행권에 '메기' 되나

입력
2024.05.16 18:00
수정
2024.05.16 18:3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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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충청·강원에 14개 지점 신설
5년간 7,000억원 자본 확충 계획까지
'메기효과' 한계 우려... "한 방 필요"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앞 열린광장에서 은행 직원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앞 열린광장에서 은행 직원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대구·경북 지역에 거점을 둔 지방은행 대구은행이 전국에서 영업할 수 있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2년 만의 새로운 시중은행의 등장으로,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메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한국씨티·SC제일은행에 이어 일곱 번째 시중은행이 됐다. 5대 은행으로 꼽히는 NH농협은행은 분류상 특수은행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은행산업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제도 보완과 준비를 마치고 올해 2월 은행업 본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금융위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검토한 결과, 대구은행은 자본금 및 대주주 요건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청 당시 대구은행 자본금은 7,006억 원으로 시중은행 자본금 요건(1,000억 원 이상)을 충족했다. 또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비금융주력자 주식보유한도 4%도 초과하지 않았다.

정부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서 영업하기 위한 내부통제 기반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증권계좌 불법개설 사례가 적발됐으나, 이후 맞춤형 대응방안이 마련된 데다 정부가 2022년 말 마련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전체 21개 과제 중 19개를 이행하는 등 상당한 시스템 개선을 이뤄냈다는 판단이다.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전경. 뉴스1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전경. 뉴스1

1967년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탄생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지방을 연고로 한 은행이 전국구로 영향력을 넓히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방에 본점을 둔 첫 시중은행'이기도 하다. 대구은행은 향후 3년간 수도권은 물론, 현재 지역 연고 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지역에 영업점 14개를 신설해 지역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전국 영업망 구축을 위한 첫 거점 점포는 대구·경북은 물론 수도권과도 가까운 강원 원주지점이 될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대구은행이 '메기'로서 은행권에 새로운 활기와 경쟁 분위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은행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과점 체계를 깰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은행 총자산은 78조 원으로, 5대 은행(397조~512조 원)과 비교하면 덩치가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애플리케이션(앱) 등 모바일 편의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카카오·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킬 만큼의 획기적인 서비스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메기'보다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들을 빼앗아갈 수 있는 '한 방'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조만간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iM(아이엠)뱅크'로 변경할 방침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iM뱅크와 함께 대구은행 상표를 병기해 57년간 이어온 정체성도 보존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전국 고객을 대상으로 △고금리 특판 예적금 △은행권 최저금리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대안정보를 활용한 개인사업자 대출상품 등 각종 마케팅도 실시한다. 시중은행 전환으로 조달금리가 낮아지면서 어느 정도 여유도 생긴 덕분이다. 대구은행은 “중신용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를 늘릴 것”이라며 “앱 고도화, 외부 플랫폼 제휴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낮춰 낮은 금리의 다양한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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