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은 크게 세 가지”라며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재건축 규제 완화, 과도한 징벌적 과세 완화로 시장 정상화, 재건축 사업자와 주택 구입자에게 원활한 대출 공급”이라고 밝혔다.
그 세 가지 목표 중 둘에 해당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과세 완화는 의석 과반인 야당의 입법 협조가 필수적이다. 재건축 속도를 높일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 다주택자 세금 경감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위한 부동산공시법 개정 등을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법 개정이 일반 국민보다는 부동산 부자와 건축업자를 위한 것이라는 야당의 반대 논리에도 일리가 있다. 정부가 지난 2년처럼 야당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부동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이제라도 야당 입장을 경청하고 설득해 절충점을 찾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책 실패에 대해 주로 야당의 비협조 탓으로 돌려왔지만, 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지 않았던 중요한 입법 중에 정부의 무성의한 자세로 인해 지연되거나 무산된 것도 한둘이 아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나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로톡법, 비대면 진료법, AI기본법, K칩스법 등은 여야 간 견해차가 없는데도 몇몇 의원의 반대 등으로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여기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보고 중계 화면에서 책상 위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나에게)’라는 영어 문패가 눈길을 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것으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문구로 유명하다. 지금처럼 “정부는 최선을 다했는데, 야당 비협조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소극적 자세에 머물러선 이 문구를 실천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와 동거하며 국정을 이끌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와 소통하고,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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