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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와도 이럴 거냐!"...악성 민원인 연기한 공무원

입력
2024.05.03 13:10
수정
2024.05.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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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2주간 악성 민원 대비 훈련
4년차 주무관이 '악성 민원인' 열연
"난동보다 문서 괴롭힘이 더 힘들어"

지난 1일 서울 금천구가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지난 1일 서울 금천구가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한 주민센터에서 진행한 악성 민원 대응 모의훈련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열연한 공무원이 화제다.

3일 서울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7일부터 전날까지 10개 동 민원실에서 '특이 민원 대응 경찰 합동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으로 악성 민원인에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고 경찰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시흥4동 주민센터에선 혼인신고를 하러 온 민원인이 난동을 부리는 상황을 가정했다. 구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민원인 역할의 행정자치팀 A 주무관은 주민센터에 들어가자마자 "아가씨, 오늘 혼인신고하러 왔어"라며 반말을 내뱉는다. 담당 직원이 "혼인신고는 주민센터가 아닌 구청에서만 가능하다"고 안내하자, A 주무관은 "너희 일하기 싫어서 지금 떠넘기기 하는 것 아니야?"라고 언성을 높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주민센터 내 집기를 집어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대뜸 "당신네 대통령이 와도 이렇게 할 거냐!"고 따지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대사를 패러디해 "너희 구청장 어디 살아? 남천동 살아?"라고 묻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저희는 대통령이 와도 안 된다"고 침착하게 응대했다.

난동이 계속되자 공무원은 "원활한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영상을 촬영하겠다"며 보디캠으로 채증을 시작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하도 (악성 민원인에) 시달려서 외운 것 같다", "저런 훈련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원인 역할 공무원은 배우로 전직해라" 등의 반응을 남겼다.

지난 1일 서울 금천구가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지난 1일 서울 금천구가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A 주무관은 4년간 민원 업무를 맡으며 쌓인 경험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원인분들이 안 되는 걸 되게 해달라고 하실 때 '대통령이 와도 안 해드린다'고 말씀드리는데 그게 생각나서 대사로 썼다"며 "'과장 나와'라는 식으로 무작정 상급자를 호출하는 일도 흔하다"고 했다.

가장 힘든 괴롭힘을 묻자 그는 "이런 대면 난동보다 문서로 괴롭히는 게 제일 힘들다"며 "국민신문고 등으로 '공무원 징계' 등을 반복 요청하면 응대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을 상대로 한 폭언·폭행·성희롱 등 위법 행위는 2019년 3만8,05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3월엔 경기 김포시의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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