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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유증 앓던 부모님이 '제 이름'으로 낸 빚... 제가 갚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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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부모가 다치거나 숨졌을 때, 이들의 미성년 자녀 명의로 정부에서 생활자금을 대출받고 30세 이후 자녀들이 갚도록 하는 현행 제도(교통사고 생활자금 무이자대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18조 1항 2호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을 기각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항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의 신청으로 그의 미성년 자녀에게 생활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준 뒤, 자녀가 30세가 된 시점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청구인 강모씨 형제의 아버지는 1996년 교통사고로 중증 후유장애를 앓게 됐다. 그는 2000년 당시 9세, 8세였던 형제 명의로 생활비 대출을 신청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각각 대출금 1,975만 원과 2,475만 원을 형제 명의 계좌로 받았다. 돈을 받은 지 8년 만에 부친은 먼저 세상을 떴다. 강씨 형제는 자기들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30세가 되고서야 공단으로부터 대출금 상환 통지를 받았다.
형제는 "부친이 대출 신청했는지 몰랐고 우리를 위해 돈이 사용되지도 않았다"고 반발해 2021년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헌재에는 "이 제도가 자기결정권을 해친다"며 위헌성을 가려달라고 청구했다. 형제는 "후유장애인 당사자와 65세 이상 고령의 피부양가족에게는 보조금을 주면서, 미성년자녀의 생활비는 상환이 필요한 대출을 해 주는 것이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아동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대출 형태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한정된 재원을 가급적 많은 유자녀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공단이 지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독립 생계를 위한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 30세 이후엔 지원금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미 상환 능력을 잃었다고 인정한 중증 후유장애인 본인과 고령의 피부양가족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역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봤다.
반면 이은애·김기영·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국가가 생계가 어려운 아동의 불확실한 미래 소득을 담보로 대출사업을 하는 셈"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 재정 여건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만으로 사회보장제도의 공백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국가가 책임보험료의 징수율을 인상하거나 세금 등의 공적자원을 투입하는 방법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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