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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그날 '용산-박정훈 연결고리'… 공수처 수사는 유재은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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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관련 피의자 중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해병대 사단장 사건 처리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등에게 전달하고,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수사외압 의혹을 풀어줄 '핵심 관련자' 중 하나로 꼽힌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26일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채 상병 사망 후 아홉 달 만이다. 공수처는 올해 1월에서야 유 관리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그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 및 참고인 조사 등을 하다가 이날부터 피의자 조사를 본격화했다. 유 관리관은 이날 공수처에 출석하며 “오늘 성실히 답변드릴 것이고, 조사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심야 조사에 동의한 유 관리관은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밤 늦게 귀가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월 폭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조사 내용도 축소하라는 취지의 국방부 및 대통령실의 뜻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윗선'의 뜻에 반하는 수사자료를 경찰로부터 돌려받도록 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1일 박정훈 대령과 수차례 연락했다. 박 대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시키려 하자, 유 관리관은 이를 만류하며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거나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서 이첩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관리관과 박 대령이 연락을 주고받은 시점은 이종섭 당시 장관이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직후여서, 대통령실의 뜻이 장관과 법무관리관을 거쳐 박 대령에게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 대령이 이튿날(8월 2일)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자, 유 관리관은 같은 날 오후 1시 50분쯤 경찰 간부에게 전화해 사건 기록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협의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그가 이 전 장관과 대통령실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무관리관은 군사법원과 군 검찰기관 운영, 군 사법제도 전반을 총괄·조정하는 국방장관 직속 참모다. 유 관리관이 용산-국방부-경찰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이유다.
대통령실 지시를 직접 듣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수사외압 의혹이 일어난 지난해 7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간 이 전 장관이 "자료 회수는 귀국(8월 3일) 후 사후 보고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후 수사자료 회수 당일 유 관리관이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는 이날 유 관리관을 상대로 수사외압 의혹이 진행된 기간 국방부 내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또 그가 이 전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은 구체적인 내용, 대통령실 측에서 전달받은 지시 및 주고받은 내용 등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에 이어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잇달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그는 경찰에 넘겼던 수사자료를 회수해 당초 8명이었던 과실치사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인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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