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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6·25 학살 민간인 유골 첫 신원 확인

입력
2024.04.25 14:49
수정
2024.04.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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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유전자 감식해 2구 신원 밝혀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일대에서 6·25전쟁 때 인민군에 부역한 혐의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들이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일대에서 6·25전쟁 때 인민군에 부역한 혐의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들이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6·25전쟁 당시 집단 희생된 민간인 유해의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93세 아들은 74년 만에 아버지의 흔적을 찾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금까지 발굴된 6·25전쟁 전후 신원 미확인 민간인 희생자 유해 4,000여 구 중 501구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거쳐 119명의 유족 정보와 대조한 결과, 2구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두 유해는 각각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와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됐다.

공수리 유해는 아산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사망한 고(故) 하수홍씨로 확인됐다. 1950년 9월 말부터 1951년 1월 초까지 공수리 일대에선 경찰과 치안대 등이 “인민군이 점령했을 때 북한군을 도왔다”는 혐의를 씌워 주민 수백 명을 집단 살해했다. 발굴 지점에서는 62구의 유해가 나왔는데, 고꾸라져 땅에 처박혀 있거나 양팔이 등 쪽으로 꺾인 채 손목이 전깃줄 등으로 감겨 있는 등 학살 정황이 뚜렷했다. 하씨는 74년 만에 현재 93세인 아들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또 다른 유해는 대전 형무소 희생사건 피해자인 길모씨로 파악됐다. 전쟁 발발 초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충남지구 육군 특무부대, 헌병대 등에 의해 제주 4·3 사건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1,800명이 불법적으로 희생됐다.

검사 대상 유해 중 유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이들 2구가 전부였다. 집단 학살 정황이 분명하고, 보존 상태도 양호해 유해에서 신원을 특정할 정도의 유전 정보를 추출할 수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확보한 유해와 유족 유전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위원회 활동이 끝난 뒤에도 신원 확인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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