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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연출 사이먼 스톤 "전도연 캐스팅,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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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러시아 혁명의 진통 속에 태어난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동산'은 몰락하는 귀족과 부상하는 신흥 자산가의 대립과 긴장 등 격변기 문화 갈등을 그린다. 남편과 아들을 여의고 프랑스에서 지내다 귀국한 벚꽃동산의 지주 류보피 안드레예브나 라네프스카야(류바)는 벚꽃동산을 처분해야 할 만큼 가세가 기울었지만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순진한 모습 뒤로 슬픔이 묻어나는 이 캐릭터가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51)을 연극 무대로 다시 불렀다.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이다.
전도연은 6월 4일~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는 호주 출신 사이먼 스톤(40) 연출의 '벚꽃동산'에서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을 연기한다. 2024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각색된 연극은 아들의 죽음 후 미국에서 지내던 송도영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23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은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제 없이 나를 다 보여줘야 하는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스톤이 연출한 연극 '메디아'를 영상으로 접한 뒤 피가 끓었다"고 말했다. 연극 출연을 도전적 선택으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하지만 해 보지 못한 작품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라며 "연극이기는 하지만 이건 도전이라기보다 해 보지 않은 또 다른 작업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나의 딸', '더 디그' 등의 영화감독이기도 한 스톤은 고전 해체와 재해석으로 호평받으며 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 세계적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는 "항상 관객에게 거울을 비추는 연극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며 "고전을 통해 현대 관객에게 '이런 고통과 실수가 당신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톤은 "니체의 영원회귀(Eternal Return) 사상에서 보듯 역사는 끝없이 되풀이되고 모든 나라와 사람이 실수를 반복한다"며 "(고전은) 망치며 살고 있는 게 당신만은 아니라는 작은 위안을 준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첫 연출작으로 '벚꽃동산'을 선택한 것도 그런 연출 철학의 반영이다. 그는 "전통과 혁신 사이의 갈등이나 세대 간 긴장, 그리고 이로 인한 비애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의 팬"이라는 스톤은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이룩한 문화·경제적 변화가 놀랍다"며 "'벚꽃동산'으로 나도 그 모습 중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배우들에 대해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연기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전도연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가 필요했다"며 "'벚꽃동산'의 여자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해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어려운 역할인데 전도연은 악역일 때도 선한 캐릭터일 때도 항상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벚꽃동산'은 전도연과 함께 원작의 로파힌에 해당하는 황두식 역을 맡은 박해수와 손상규, 최희서, 남윤호 등 10명의 배우가 30회 공연을 '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박해수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이야기를 많이 꺼냈고 캐릭터 이름조차 배우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원 캐스트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연습하면서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배우들의 에너지와 호흡이 매일 달랐으면 좋겠다'는 (스톤의) 말처럼 관객이 매일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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