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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602개 만들었는데 무죄 취지 파기환송,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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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 넘는 '대포통장'을 만들었더라도 은행 담당자가 부실 심사 여부를 면밀히 따지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8일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공범들과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워 유령법인을 세운 후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했다. 인터넷도박 사이트와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할 속셈이었다. 그는 유령법인의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이용해 2022년까지 총 602회에 걸쳐 금융기관들로부터 35개 유령법인 명의로 계좌 602개를 개설했다. 1·2심은 모두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선 5,000만 원 추징도 명령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은행 업무 담당자들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확인했는지를 충분히 수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피해 금융기관들의 업무 담당자가 적절한 심사 절차를 진행했는데도, 피고인이 위조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기에 이른 것인지 필요한 심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통장 업무 담당자가 A씨가 제출한 허위 자료를 믿고 대포통장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통장을 만들어줬다면, 불충분한 심사를 한 것이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대법원은 "업무방해 부분은 파기돼야 하지만 나머지 부분이 경합범(같은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지는 것) 관계로 하나의 형이 선고돼 원심 중 A씨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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