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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에도 조용한 공동묘지 같아"... 與, 혁신보다 안정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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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혁신'보다 '안정'에 골몰하면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수렁에 빠져 있다. 당 안팎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 반면, 향후 4년간 당을 이끌 당선자들은 참패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보다 조속한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 출범에 초점을 맞췄다. 당 주류를 중심으로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쇄신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당대표 권한대행인 윤재옥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2차 당선자 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5월 3일 (신임) 원내대표 선거를 하겠다"며 "그전에 비대위원장 임명과 관련해선 제가 비대위원장을 추천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뜻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당선자 총회에서 의견을 모은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지도부 일원인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 수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영남권 정당'의 한계는 여전했다. 윤 원내대표는 논의에 앞서 '변화라는 관점에서 차기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원장을 뽑도록 하는 게 맞다'고 했지만, 다수 참석자들은 "기다릴 필요가 어딨느냐. 윤 원내대표가 (지명)하라"며 박수로 의결했다.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경우 비대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당 수습에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국 이번 선거에서 대거 생환한 친윤석열(친윤)계와 영남권 당선자들이 원하는 관리형 비대위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친윤계 핵심 당선자는 본보 통화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는 게 급선무"라며 "(새 비대위원장은) 변화나 이런 것보다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그런 인물이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비대위 성격을 '혁신형'이나 '관리형'으로 구분하기보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세우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당선자들 사이에서도 "빨리 지도부를 세우고 거기서 혁신을 하는 게 더 낫다"(안철수 의원), "혁신과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강민국 의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는 낙선자들이 강조하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는 차이가 크다. 낙선 원외 조직위원장 160명은 혁신형 비대위 설치와 함께 현행 전당대회 '당원 100%' 룰을 '당원 50% 국민여론 50%'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낙선자들과 진행한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대참패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토론회를 불편해하는 공동묘지 같은 분위기"라고 일침을 놓았다.
당내에서는 향후 결정될 '전당대회 룰'이 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당선자 총회에서도 당대표 선출 방식에 대해 '당원 50% 국민여론 50%', '당원 70% 국민여론 30%'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수도권 한 당선자는 "전당대회 때 민심 50% 반영이 전제된다면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전당대회 룰을 바꾸지 않으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낙선자는 "전당대회 룰 변경은 민심을 되찾기 위한 열린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선자와 영남권 의원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원내대표는 이날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해 기록으로 남기는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서울 마포갑에서 당선된 조정훈 의원을 임명했다. 조 의원이 TF 위원 구성과 운영 등 전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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