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발탁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곧장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치가 요구되는 시국에 야당 인사를 기용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총리나 대통령실 비서실장 같은 요직에 민주당 인사를 기용하는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는지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총선 참패를 반성하면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을 뿐 야당이나 협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 민주당 인사 기용설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당 파괴 공작” 등 섣부른 음모론으로 배척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당 정체성에 맞지 않다. 검토조차 안 된다”는 국민의힘 일부 시각도 현실 인식이 결여돼 있다.
22대 국회는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이라 어느 때보다 협치 필요성이 대두된다. 야당 협조 없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고, 대결정치가 재연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총선 민심은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운영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비정상적인 인사나 정책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견제와 야당 입장을 담은 조정이 필요하기도 한다. 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 특히 책임 총리에 걸맞은 역할이 주어져야만 한다. 협소한 인재풀에 ‘그 나물에 그 밥’ 인사가 아니라 탕평 인재 기용을 위해 인사 제청 권한을 적극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리에 능력과 정무감각을 겸비한 민주당 인사를 고려할 만하다.
물론 윤 대통령이 이를 결단한다면 민주당에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다.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민주당 인사 기용만 아니라 영수회담 등 협치 환경이 조성돼야 진정성이 인정된다. 윤 대통령이 열린 자세로 적절한 인사를 구하고, 야당도 대국적 견지에서 국정기조 변화에 협조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정 불안정을 해소할 거국 내각의 첫걸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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