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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하반기 금리인하 깜빡이 켤지 고민"... 관건은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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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전년 대비)에 수렴한다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여지도 남겼다.
12일 한은 금통위는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이 마지막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통해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동결 이유를 밝혔다.
동시에 하반기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금통위는 통방문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에서 '장기간'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신호를 주는)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며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쓰면 하반기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많이 가고, 그것을 다 없애면 하반기에 (인하를) 한다고 메시지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결정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관건은 물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연말에는 한은 전망대로 2.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달 연속 3.1%를 기록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포함한 전체 CPI 상승률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우상향하고 있고, "곤혹스럽다"는 이 총재의 언급처럼 농산물 가격은 고공비행 중이다. 실제 최근 2, 3개월 동안 농산물의 CPI 상승 기여도는 30%에 이르고 특히 과실의 기여도는 19%에 달한다.
이 총재는 '하반기 CPI 상승률이 월평균 2.3%로 수렴할 것인가' 여부가 하반기 금리인하를 결정짓는 열쇠라고 밝혔다. 그는 "예상대로 연말 2.3%까지 갈 것이라면 금통위원 전체가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농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내려오겠지만 유가가 불확실성이 크다"며 "배럴당 90달러대 또는 100달러대에 장기간 머문다면 물가 전망을 (상향)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은 6, 7월쯤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한은 조사국이 내는 '수정 경제전망', 6월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결정이 원·달러 환율과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 생각이다. 전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아닌 데이터에 의존한다"며 6월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증권가는 이날 금통위 결정을 완화적으로 해석했다. "전 세계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총재 발언에 말미암아, ECB가 금리를 내린다면 미국(9월 예상)보다 이른 7월(NH투자증권) 또는 8월(메리츠증권)에 한국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내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 것도 완화적 해석의 근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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