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퍼 안 판다는 버거킹, 사실은…고객 속 뒤집어 놓은 '노이즈 마케팅'

버거킹, 14일 이후 와퍼 판매 종료 공지
와퍼 출시 40주년 맞아 리뉴얼 차원
일선 매장에선 혼란 "아침부터 고객 문의"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40년 만에 와퍼 판매를 종료합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걸려 있다. 최현빈 기자

현대차가 쏘나타를, 맥도날드가 빅맥을 안 판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8일 오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가 버거킹의 40년 스테디셀러 햄버거 메뉴인 와퍼 판매 중단 소식으로 발칵 뒤집혔다. 현대차의 쏘나타, 맥도날드의 빅맥, 김밥천국의 김밥 등 여러 회사·브랜드 이름이 핵심 제품을 팔지 않는 격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국일보 확인 결과 버거킹이 와퍼를 14일까지만 팔고 판매 종료하는 것은 맞다. 이날 매장,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일제히 와퍼 판매 중단 소식을 알렸다. 와퍼는 1984년 버거킹 종로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고객들의 사랑을 받은 핵심 메뉴다. 불에 직접 구운 쇠고기 패티와 진한 바베큐 맛이 특징이다.

와퍼 판매 중단 소식에 온라인은 오전부터 시끌시끌했다.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는데 날짜가 아니었다', '버거킹 시그니처 메뉴를 버린다고',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안 파는 것' 등 와퍼 판매 종료를 의아해하면서 아쉬워하는 반응이 나왔다. '와퍼씨 별세, 와퍼 주니어씨 부친상'이라는 내용의 부고장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와퍼 판매 중단에 추억에 잠긴 유명 인사도 있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날 오전 치즈와퍼 구매 사실을 공개하면서 "와퍼야, 그동안 고마웠어. 네 덕분에 몸과 마음이 많이 살쪘어"라고 적었다. 와퍼는 팬층이 두터운 제품인 만큼 판매 중단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고객이 많았던 것이다.

뉴와퍼 관심 끌려는 마케팅, '와퍼족' 발끈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붙은 ‘와퍼’ 판매 종료 안내문. 뉴스1

하지만 버거킹 공지대로 와퍼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버거킹은 와퍼 판매 종료 직후 맛을 다소 바꿔 '뉴 와퍼'를 내놓을 계획이다. 판매 중단 표현은 버거킹이 와퍼 출시 40주년을 맞아 리뉴얼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와퍼 출시에 대한 고객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활용한 셈이다.

하지만 버거킹의 와퍼 판매 중단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버거킹 스스로 충성 고객인 '와퍼족'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선 매장에선 와퍼 판매 중단 여부를 놓고 혼란이 일고 있다. '이게 마케팅이라면 근본팬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감지된다.

한 버거킹 매장 점주는 "와퍼는 워낙 마니아가 많은 제품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판매 중단 여부를 묻는 고객 문의가 많다"며 "와퍼는 그대로 판매하되 맛을 다소 변형한 제품이 나오는 리뉴얼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