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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도 '갑질 의혹' 한국 대사 외면할 것"... '영' 안 서는 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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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駐)중국 한국대사를 둘러싼 '갑질 의혹'이 가뜩이나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중화권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재외공관 부하 직원의 고발로 이미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외신까지 그의 행적을 낱낱이 보도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대사로서 더 이상 '영(令)'이 서지 않게 됐다는 평가도 분분하다.
홍콩 유력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 대사 사건'이 한국 국익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이 정 대사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며 한중 간 소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주중대사관의 한 주재관은 지난달 초 외교부에 정 대사의 '갑질' 비위를 신고했다. 미국·일본· 러시아 대사와 함께 4강 대사로 불리는 중국 대사의 갑질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원칙에 따라 철저히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SCMP에 "(싱하이밍 대사 사태를 고려하면) 중국 외교관들이 더 이상 정 대사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싱하이밍 주한국 중국대사는 지난해 6월 "미국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외교적 물의를 빚었다. 한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싱 대사는 한국 정부 인사들과 이전만큼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측 역시 정 대사의 힘이 약해졌다고 판단, 그를 홀대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환구망 등 중국 매체들도 "정 대사가 부하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한 사실이 폭로됐다"고 보도했다.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이 이미 베이징 외교가의 화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 직후 터진 데 주목하며 "대사들을 둘러싼 연이은 잡음이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준 것은 물론 외교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SCMP에서 비판했다.
주중대사관 안팎에선 "정 대사의 공관장 역할 수행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언론 접촉도 피한다는데 교민들과의 만남은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정 대사는 지난달 28일 갑질 의혹에 관한 한국일보 등의 보도가 나온 뒤 특파원들과의 정례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또한 매주 한 차례 주재해 온 전체회의도 연기하는 등 대사관 일부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비위 행위로 본국 조사를 받게 된 것 자체로 이미 대사로서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2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정례 공관장 회의가 정 대사 거취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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