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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상황서 보여준 ‘연대’의 힘은 대단… 한국인들 아낌없는 지지에 감동”

입력
2024.04.02 14:42

‘튀르키예 지진 1년’ 인터뷰

사랑의열매·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주최 포럼에 초대된 아드미르 바흐라미가 사례발표를 하고있다.

사랑의열매·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주최 포럼에 초대된 아드미르 바흐라미가 사례발표를 하고있다.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
튀르키예 사업 총괄 디렉터 아드미르 바흐라미

“연대의 힘은 놀랍다. 모든 것을 잃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남아있는 작은 것조차 서로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현장을 다녀도 서로 나누고 존중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배움을 얻는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아에 대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진이 덮친 지난해 2월 6일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지만 그로부터 4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구호 활동을 이어 왔다. 그 중심에는 컨선월드와이드 튀르키예 사업 총괄 디렉터인 아드미르 바흐라미가 함께하고 있다.

20년간 많은 구호현장을 거쳐 왔지만 이번 지진은 아드미르에게 의미하는 바가 남달랐다. 인도주의 활동가이면서 동시에 이번 지진의 생존자이기도 한 아드미르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 튀르키예 사업 총괄 디렉터 아드미르 바흐라미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 튀르키예 사업 총괄 디렉터 아드미르 바흐라미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달라. 한국에는 어떤 일로 방문하게 되었나?

“현재 컨선월드와이드 튀르키예 국가사무소에서 사업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 년간 인도주의 활동가로서 아이티 대지진, 네팔 대지진, 파키스탄 홍수 등 수많은 재난 현장에 있었다. 컨선월드와이드에는 작년에 합류해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자들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대응을 위해 여러 정부, 국제기구, 시민단체의 지원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많은 구호단체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컨선월드와이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긴급식량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지진 대응을 함께한 단체들이 사업 결과를 공유하고 고민과 배움을 나누기 위한 자리에 초대되어 한국에 왔다.”


- 지진 발생으로부터 1년이 지났다. 튀르키예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밖에 해줄 게 없다. 지진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진은 튀르키예 내 11개 주에 피해를 입혔는데, 11개 주 면적은 대한민국 영토와 크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지진 발생 직후의 모습을 주로 기억하지만, 사실 더 큰 어려움은 그 이후부터 시작한다. 집, 병원, 학교 등 모든 건물과 시설들이 없어졌다. 또 가족, 친구와 동료, 이웃 등 우리가 속하던 공동체가 모두 사라졌다.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잃어버린 공동체를 다시 세워가야 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컨선월드와이드의 직원들은 매일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며 강한 연대와 회복을 경험한다.

컨선월드와이드의 직원들은 매일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며 강한 연대와 회복을 경험한다.


- 구호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할 거 같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어떤 활동을 해왔나?

“컨선월드와이드는 튀르키예에 2013년부터 있었다. 튀르키예의 남동쪽으로 접경국인 시리아가 있다. 시리아는 2011년 이후 지금까지 14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 레바논, 이라크 등 주변 접경국가들에 난민 유입이 많았고 컨선월드와이드도 이들 국가들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작년 지진이 발생하고 난 직후부터 우리의 활동의 초점도 바뀌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지진이 발생한 즉시 현장에 투입되어, 지금껏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지난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37만 5,000명의 지진피해 주민들을 도왔다. 대피소 및 쉼터 제공, 식수 위생, 식량 및 생활용품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 직업 훈련 등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컨테이너와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예전처럼 다시 일상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비즈니스 역량이 세워지도록 다양한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사업초기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진피해가 가장 심각한 하타이 지역에 컨선월드와이드 직원들이 찾았다.

지진피해가 가장 심각한 하타이 지역에 컨선월드와이드 직원들이 찾았다.


- 어려운 상황을 1년째 보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심정이 궁금하다.

“어려운 상황 중에도 튀르키예 지역주민들은 참 놀랍도록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긍정의 힘은 서로를 향한 신뢰와 연대에서 오는 것 같다. 나 역시 구호활동가이지만 주변 이웃들과 다른 구호단체의 동료들이 나눠준 음식과 구호물품을 받으며 버텼던 기억이 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나눔과 연대의 힘은 놀랍고, 서로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사람’과 함께하기에 이겨낼 수 있고, ‘사람’과 함께 하기에 회복할 수 있는 것 같다.”

- 연대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은 누구인가? 컨선월드와이드의 ‘파트너십 접근’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컨선월드와이드의 사업 원칙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파트너’이다.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다방면의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많은 파트너들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느 현장에서나 활동을 하기에 앞서, 정부기관, 국제기구, NGO 등 여러 조직과의 파트너십을 맺는다. 또한 여러 로컬 단체들과도 협력을 한다. 이번 지진을 통해 ‘파트너’에 대한 또 하나의 큰 배움이 있었다. 어려운 주민들에게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눠주던 동료, 구호창고 및 사무실로 사용하도록 자신의 창고를 내어주던 이웃, 갖고 있던 마지막 생수병을 직원에게 내어주던 지역주민…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의 핵심 파트너라고 말하고 싶다.”


- 1년을 함께한 튀르키예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튀르키예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서로가 보여준 연대와 회복력을 지켜보면, 인도주의 활동가로서 참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 튀르키예가 온전히 복구가 되기까지 앞으로 더 먼 여정이 남았지만,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며, 함께 이겨내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한국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한국의 많은 분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감사함을 느낀다. 후원은 단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진심’을 나누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장 힘든 시기에 함께해 주는 사람을 통해서 위로와 힘을 얻기 마련인데, 한국의 많은 분들은 우리의 친구가 돼 주었다. 멀리 살지만 마치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친구처럼, 우리의 안부를 묻고 관심을 보여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의 감사를 전하고 싶다. 튀르키예와 이곳의 사람들을 계속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지속적인 안부를 전해주기를 빈다.”




이성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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