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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미국·우크라 탓'하지만… '반(反)러' 테러 배경엔 무슬림 탄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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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사건을 놓고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한 러시아 측이 이번에는 '미국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스스로의 소행이라 자처했지만 '서방 대 러시아' 대결 구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실제론 푸틴 정권의 지속적 무슬림 탄압이 이슬람 테러 집단의 반(反)러시아 정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미국이 이번 테러가 IS 소행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구제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숨겨주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자금 및 대량 무기 지원, 공격적인 반(反)러시아 수사와 무력투쟁 결의 요구 등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테러'를 지원하고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직·간접적 정황이라고도 주장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중동 문제에 미국이 깊숙하게 개입한 결과, 오늘날 러시아 주변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세력화를 초래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이미 자신들의 소행임을 선언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주장은 국제사회의 시각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날까지 신원이 공개된 피의자 4명은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의 19~32세 남성이다. 옛 소련 영토였던 이슬람 국가 타지키스탄은 현재는 IS의 주 활동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러시아는 오랫동안 IS의 표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직후 군사력을 총동원해 이슬람권 체첸공화국 분리독립을 강경 진압했고, 이후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하며 무슬림을 탄압해왔다. 이후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2004년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2015년 이집트 상공 러시아 비행기 추락 사건,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 사건 등 러시아를 노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는 한두 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으로선 IS의 테러가 제3세계와 동맹을 맺고 미국에 맞서겠다는 러시아의 국가 비전과 정면충돌한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상대가 서방이어야 여러모로 편하다는 의미다. 애초에 이번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 역시 알렉세이 나발니 등 정적 제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달리는 동안 중앙아시아에서 커진 테러 위협을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다수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러시아 주류의 이슬람 포비아가 극대화되는 등 사회 혼란이 한동안 지속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시 체제에 돌입한 이래 러시아는 군수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무비자로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값싼 노동력을 들여왔다. 러시아 인구의 약 20%가 이슬람 교도로 추정된다. WSJ은 "최근 몇 년 동안 중앙아시아 근로자 수백만 명이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 정착했다"며 "이들은 종종 범죄 조직과 이슬람 단체들에 모집되는 등 러시아 사회에서 크게 유리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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