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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봄: 베토벤스럽지 않지만, 가장 사랑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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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새싹을 틔울 때, 클래식 음악 채널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음악 중 하나가 베토벤의 5번째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다. 부제뿐만 아니라 한 번 들어도 화사하게 각인되는 산뜻한 선율선 덕택이다. 이 소나타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베토벤과는 사뭇 다른 악상이 담겨 있다. 봉두난발에 강렬한 눈빛의 베토벤이 추구하던 격렬하고도 극적인 폭발력은 봄빛처럼 부드럽게 순화되어 온화한 서정성을 굽이굽이 만발한다.
베토벤은 산책을 사랑했다. 청력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때마다 도시에서 탈출해 시골에 머물며 숲속과 들판을 거닐었다. "정신 집중에 도움을 주는 산책은 작곡 과정에 필수적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을 때 나는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의 조성은 F장조에 뿌리내리고 있다. F장조는 작곡가들이 자연이나 전원 등 목가적 풍경을 음악으로 표현할 때 즐겨 선택하는 전형적 조성이다. 1801년 4월 5일, 이 곡이 세상에 처음 울려 퍼졌던 초연은 요즘 우리나라로 치면 식목일이어서 새삼 흥미롭다.
그런데 소나타의 부제인 '봄'은 베토벤 스스로 붙인 제목이 아니다. 출판사가 악보의 흥행을 위해 동원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 소나타엔 '봄날의 따뜻한 온기와 밝고 신선한 활력'이 담겨 있으니, 이 곡을 들으면 '얼었던 시냇물이 녹으면서 나무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홍보했다.
우리는 흔히 '바이올린 소나타'라 호명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Sonata for Piano and Violin)'여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동등한 지위로 서로 대응하며 협력한다. 베토벤 이전 모차르트만 하더라도 피아노가 주도권을 쥔 채 바이올린을 이끌었지만, 베토벤은 바이올린의 표현력과 기술적 장점을 잘 파악한 작곡가였다. 이는 당시 악기의 개량과 연관 깊다. 바이올린 지판이 길어지면서 음역이 넓어졌고, 브리지가 높아지면서 현의 장력이 늘어나 음량이 배가된 덕택이었다.
1악장의 주인공인 제1주제와 제2주제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며 매력적 대비를 일으킨다. 첫 주제는 봄날의 따뜻한 온기처럼 부드러운 선율선이 긴 호흡에 수평으로 흐른다. 반면 두 번째 주제는 약동하는 봄기운마냥 짧은 스타카토가 통통 튕기며 수직의 동선으로 차오른다.
베토벤이 남긴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지만 가장 베토벤스럽지 않은 이 곡을 통해 봄의 온화한 서정성과 약동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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