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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삶, 14년 전 그날의 전우 몫까지 더 열심히 살 것"

입력
2024.03.21 16:44
수정
2024.03.21 17:23
24면

'천안함 마지막 함장' 최원일 전 함장 강연
"생존자·유족들의 아픔 아직 끝나지 않아"
나라 위해 헌신 군인·공무원 노고 되새겨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326호국보훈연구소장이 21일 서울시청에서 서해수호의 날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326호국보훈연구소장이 21일 서울시청에서 서해수호의 날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해 지키다 떠난 전우들 잊지 말아야.”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 ‘천안함의 마지막 함장’ 최원일 전 함장(326호국보훈연구소장)이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었다. 주제는 ‘함장의 바다-천안함 함장에게 듣는 그날의 이야기’였다. 최 전 함장은 피격 당시 심경을 담담히 풀어냈지만 유가족과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전할 때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군인과 공무원이 손가락질 받는 사회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소신도 빼놓지 않았다.

제1차 연평해전(1999년 6월 15일)에도 참가했던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대한민국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최 전 함장은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급속히 기울었고 정신 차려 보니 문이 잠겨 방에 갇혔다”며 “대원들이 소화기로 쳐서 겨우 문이 열렸는데, 찬 바람을 맞으며 나와 갑판에 피 흘리고 있는 장병들을 보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픔은 '현재진행형'

지난해 3월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3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천안함 46용사 부조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3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천안함 46용사 부조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최 전 함장은 남은 유가족과 생존자의 상처와 아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46용사 중 한 명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는데, 사건 이후 수년간 바다에서 아들을 찾아 목 놓아 울다 기침이 심해져 병원을 갔더니 폐암 선고를 받고 6개월 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라고 안타까워했다. 좌초설, 잠수함 충돌설 등 천안함을 둘러싼 여전한 의혹의 눈초리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판명됐지만, 13년이 지나도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 전 함장은 지금도 유튜브에 해명 영상을 올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고도 되새겼다. 그는 “나라를 지키다 숨진 용사들처럼, 이 자리에 계신 공무원분들도 화재, 홍수 현장에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며 “그런 노력이 대우받는 걸 바라진 않아도, 욕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는 군인이 ‘군바리’, 공무원이 ‘철밥통’, 경찰이 ‘짭새’라고 불리는 일 없도록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살겠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최 전 함장은 14년 전 그날의 전우들을 떠올렸다. 그는 “그들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 ‘10초만 더 살아서 가족에게 전화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 그들 몫까지 더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뒤 오세훈 시장은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군 복무 중 부상당한 청년들이 건강하게 사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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