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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에 노태우가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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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으로 주목 받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노 관장 부친)의 '사돈 몰아주기'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 부친(고 최종현 회장)과 맺은 밀접한 인연 때문에 SK그룹이 클 수 있었다는 주장이 과연 사실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노 관장의 재산 분할 액수(1심 판결665억 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엔 과거 1997년 검찰이 낸 상고이유서가 제출됐다.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12∙12사태 및 비자금 조성' 사건 상고심을 앞두고 2심 판결(징역 22년 6개월→17년 감형)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해 대법원에 낸 것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상고이유서를 보면,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SK그룹 간 유착을 의심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지적한 부분이다. 검찰은 선경그룹(현 SK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을 문제 삼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결혼 직후인 1988년 말,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회장에게 받은 30억 원이 '대가성 있는 뇌물'이란 점을 관철시키기 위한 주장이었다.
특히 검찰은 '특혜'란 표현을 쓰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뒤집은 2심 결론을 비판했다. 검찰은 "원심은 선경그룹이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다른 기업보다 우대를 받은 흔적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 재계 상황에 비춰보면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인척 관계라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가볍게 결론 내린 원심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이 논리는 재산 형성에서의 기여도를 강조하는 노 관장 측 주장과 맞닿아있다. 이혼 소송 1심 선고 후 노 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SK주식 형성에 대한 여러 도움도 있었다"며 2심에서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SK그룹 성장에 영향을 끼친 부친의 역할을 부각시켜 딸인 자신의 몫을 인정 받기 위해, 노 관장 측이 27년 전 상고이유서를 조명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혼 소송 1심은 노 전 대통령 부녀가 SK그룹 형성 자체에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미미하다"며 부동산, 예금 등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이중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2심에서 노 관장 측은 청구 금액을 '최 회장 주식 보유액 절반'(약 1조3,500억원)에서 '현금 2조원'으로 상향한 상태다.
다만, 노 관장 측은 1심 법원 판단을 뒤집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인정받으려면 추가 입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SK 측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특혜나 지원도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 실세인 수도경비사령관이던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전에서 삼성을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SK 측은 "1970년대부터 정유사업을 추진하며 산유국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온 전략이 먹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1997년 대법원 판단도 비슷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나열한 상고이유서 속 정황들에 대해 "채증법칙(증거를 취사선택할 때 지켜야 할 방식)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도 (2011년 발간 회고록에서) 개입설을 부인한 사실이 있어, 딸인 노 관장으로선 아버지와 다른 주장을 펼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특혜가 인정된다고 해서 이게 바로 재산 분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혼 전 형성된 자산인 데다, 노 전 대통령이 개인이 아닌 대통령 등 공직자 신분으로 행한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혼 전문 김신혜 법무법인 한경 변호사는 "일반적 가정에서라면 양가 도움이 특유재산(부부 한 쪽이 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분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대통령 지원'이라는 특수 사례를 법원이 어떻게 볼지 미지수"라면서 "노 관장 측의 구체적 입증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전날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혼 소송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지만 두 사람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2018년 1월 1심 조정기일 이후 약 6년 만의 법정 대면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변론을 종결할 계획으로, 이르면 상반기 중 선고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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