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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영화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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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 캐릭터로 구성된 영화 속 가상세계)에는 다양한 악당이 등장한다. 지구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타노스처럼 우주 생명체 절반을 없애려는 거대한 악당이 나오기도 한다. 꾸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악의 세력은 ‘히드라’다. 나치 잔당으로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며 히틀러라는 망령을 세상에 재소환하려 한다.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애를 먹으며 이들과 대적하는 장면을 기억하는 영화팬이 적지 않을 것이다.
□ 히드라는 몸 일부가 잘려도 곧잘 재생하고 번식력이 강하기도 한 강장동물이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고 악을 퍼트리려는 나치 잔당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이름이다. MCU 영화 이외에도 할리우드에는 나치를 절대악으로 묘사한 작품이 적지 않다. 히틀러가 죽고 나치가 패망한 지 수십 년이 됐어도 나치를 등장시키는 영화들이 나온다. 한때 세계를 질식 직전까지 몰고 갔던 악의 세력이 외관과 이름만 달리할 뿐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 나치와 손잡았던 세력이 한반도를 지배한 적이 있다. 군국주의에 사로잡혔던 일본제국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을 아프게 돌아보고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경계하는 영화들이 국내에서 종종 제작된다. ‘흥행 보증수표’까지는 아니나 ‘극일 정서’를 나면서부터 키워온 국민 대부분의 감정을 끌어당길 만하다. 극장에서만 1,270만 명이 본 ‘암살’(2015)이 대표적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명량’(2014)이 역대 최고 흥행작(1,761만 명)인 점도 시사적이다.
□ 영화 ‘파묘’가 화제다. 624만 명이 봤다. 1,000만 관객 도달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일파 집안의 묘를 통해 일제 잔재 제거 메시지를 전하는 오락영화다. 일각에서는 반일영화라고 비난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일제를 비판하고 군국주의의 부활을 은유적으로 경계하는 영화다. 반일제, 반군국주의 영화라고 해야 옳다. 최근 다큐멘터리영화 ‘건국전쟁’ 흥행(110만 명)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 주장이 나온다. 그가 인생 태반에 걸쳐 맞서 싸웠던 대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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